보이스피싱 용의자를 검거하러 갔던 경찰들이 엉뚱한 시민을 범인으로 오인해 마구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사건 신고를 접수한 강력팀 소속 형사 4명이 27일 오후 10시40분쯤 성동구 지하철3호선 옥수역 2번 출구 근처에서 시민 A(31)씨를 용의자로 지목해 검거하려는 과정에서 폭행이 발생했다. 경찰의 제압으로 A씨는 눈과 입술, 팔 등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경찰이 생각했던 용의자가 아니었다. 사건 신고가 접수될 무렵 인근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는 A씨 친구들의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에게 “범인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딸을 납치했다며 수백 만원을 받아낸 보이스피싱 일당이 피해자에게 ‘돈을 더 가지고 옥수역 2번 출구로 오라’고 한 상황이었고, 옥수역 2번 출구에서 서성이는 A씨를 불러 세우자 A씨가 슬금슬금 뒷걸음을 쳐 범인으로 오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A씨가 격렬하게 저항하자 몸싸움이 이어졌다. 경찰은 “다짜고짜 폭행한 것은 아니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단순 몸싸움이 아니라 주먹 등으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A씨와 그의 부모를 직접 찾아가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동경찰서는 현재 해당 강력팀 형사들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A씨가 이들을 고소하면 폭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애초 검거하려던 보이스피싱 용의자는 여전히 쫓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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