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한일위안부 합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27일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전했다. 그러나 유엔 산하 고문방지위원회가 최근 한일 위안부합의의 수정을 권고한 바 있어 유엔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이 모순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도(共同)통신은 이날 일본 외무성 발표를 인용해 구테흐스 총장이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를 따로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일 양국이 합의를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고, 이에 구테흐스 총장은 ‘합의를 지지하고 환영한다(support and welcome)’고 말했다고 외무성은 밝혔다.
아베 총리가 구테흐스 유엔 총장을 만나 한일 위안부합의 문제를 꺼낸 이유는 유엔 고문방지위가 지난 12일 일본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보고서를 발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문방지위는 “한일 합의는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배상, 재발 방지에 있어 불충분하다”며 합의 내용의 개정을 권고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항의문을 보내고 강력 반발했다. 특히 유엔 보고서가 위안부를 ‘성노예’로 표현한 점까지 문제삼아 “사실에 반해 부적절하다”며 강제연행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가 유엔 대표 인물에게 ‘최종적이고 불가역’이란 입장을 재차 확인 받으려 한 것은 유엔 고문방지위의 판단을 근거로 재협상을 지지하는 국제여론이 부상하는 상황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함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아베 총리와 취임후 첫 통화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고, 한국의 새정부 출범과 함께 위안부합의 재평가 문제가 한일관계 최대 현안으로 등장하는 상황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