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견 비율 공시제 시행 2년
매도 의견 15건 0.06% 불과
시행전 0.04%와 큰 차이 없어
15년차 주식투자자인 직장인 김모씨는 증권사 리포트를 믿지 않는다. 김씨는 “투자 종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어도 ‘사라’는 의견만 있을 뿐 ‘팔라’는 의견은 본 적이 없어 신뢰가 안 간다”며 기업 관련 기사를 스스로 찾아 읽으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매수’ 일색 리포트만 내놓는 증권사들의 고질적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내 증권사가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 2만4,415건 중 매도 의견을 낸 것은 15건으로 0.06%에 불과했다. 이는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가 시행되기 이전인 0.04%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는 증권사의 매수 추천 위주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 도입됐다. 증권사는 투자의견을 제시할 때 매수, 중립, 매도 등 3단계로 구분하고, 자사의 투자의견 비율을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증권사의 투자 정보와 시장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는 기대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36곳 중 지난 1년 동안 매도 의견을 한 번이라도 낸 곳은 옛 미래에셋증권(2건) KTB투자증권(5건) 대신증권(2건) 케이프투자증권(2건) 하나금융투자(2건) 한국투자증권(2건) 등 6곳뿐이었다.
반면 매수 의견은 1만9,523건으로 전체 투자의견의 79.9%를 차지했다. 부국증권은 기업분석 보고서 36건 중 35건(97.2%)에서 매수를 권유했고 토러스투자증권(91.4%)과 신한금융투자(90.2%)도 매수가 90%를 넘었다. 미래에셋대우(85.9%) 삼성증권(82.1%) KB증권(75.5%) NH투자증권(71.8%) 등 대형 증권사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각에선 애널리스트들이 매수 의견을 내기 전 기관들이 먼저 매수하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보고서를 공개하기 전 먼저 기관에게 돌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에서는 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 탐방이나 직원 면담 기회가 사라지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독립성을 갖고 의견을 내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구원이 매도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 탐방 기회가 막히거나 정보를 얻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투자 의견을 낼 때 기업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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