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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대재앙’ 비상등…구호 손길마저 차단하나

입력
2017.05.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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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예멘 수도 사나의 한 병원에서 콜레라 증상을 보이는 한 어린이가 링거 주사를 맞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일 예멘 수도 사나의 한 병원에서 콜레라 증상을 보이는 한 어린이가 링거 주사를 맞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중동 남단의 예멘이 전쟁과 기근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잇따른 전염병을 맞닥뜨리면서 ‘대재앙’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예멘에서 콜레라가 발발한 지 약 한달 만에 3만2,300여명이 감염되고 33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WHO는 향후 6개월간 30만명의 감염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기아도 심각하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5세 미만 예멘 어린이들이 10분에 한 명 꼴로 죽어간다고 말한 것이 불과 5개월 전이다.

예멘의 인도주의 위기는 2년여간 지속된 내전의 여파다. 유엔에 따르면 201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아랍권 동맹군이 예멘에 공습을 시작한 이래 민간인 4,773명이 사망, 8,272명이 부상했다. 무고한 예멘인들은 병원, 시장을 찾았다 혹은 집에서 잠을 자다 목숨을 잃었다. 동맹군은 또한 해상 봉쇄로 식량, 의약품 등을 차단해 기아와 질병으로 간접 살상도 초래하고 있다.

모든 예멘 참사의 시작은 201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예멘 북부 후티 반군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쫓겨난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과 연대해 수도 사나에 입성했다. 두 세력은 예멘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자이디(시아파 하위 분파) 출신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대여섯 차례 서로 내전을 치르기도 했다. 아랍의 봄 당시에도 후티 반군은 반(反)살레 진영에 가세했으나, 이후 수차례 정치 협상이 실패한 후 세력이 재편됐다. 현재 후티 반군 및 살레 지지 세력은 사나 등 북부 지역을 장악 중이며,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현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 아래 남부 일대를 통치하고 있다.

내전은 이제 구호 손길까지 위협하며 극으로 치닫고 있다. 예멘은 쌀, 밀 등 기본 식량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다. 하지만 이러한 식량과 구호물자의 80%가 들어오는 서부 항구도시 호데이다는 반군이 장악하고 있어 사우디 동맹군의 주 공격 대상이다. 지난해 11월 공습으로 항구의 크레인이 파괴되는 등 구호 물자 유입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동맹군과 이들이 지원하는 하디 정권의 호데이다항 탈환 작전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인권ㆍ구호단체들은 다가올 작전이 콜레라와 기아 문제를 재앙 수준으로 가속화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예멘 내전에 불을 지피는 외부 세력은 사우디 동맹국 외에도 많다. 미국, 영국, 프랑스 모두 사우디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수출하며 예멘 폭격에 간접적으로 가담하는 국가들이다. 특히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정찰력, 집속탄, GPS를 이용한 소위 ‘스마트 폭탄’ 등을 제공해왔다. 지난해 3월 민간인 37명이 사망한 마스타바 시장 공격, 같은해 10월 최소 155명을 살상한 사나 장례식장 폭격 등에서 미국의 스마트 폭탄이 사용됐다.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합동직격탄(JDAM) 등 스마트폭탄을 비롯한 4억달러 규모의 무기 수출 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최근 중동ㆍ유럽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체결한 1,100억달러 상당의 무기거래계약은 지난 8년간 무기거래 규모(약 1,115억달러)와 비슷할 뿐 아니라 무기 수출 중단 이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선포기도 하다. 지난 해 한국도 이 지역에 유도무기를 수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산 무기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본인 제공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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