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돕는 비영리단체
‘앙코르닷오르그’ 베시 월리 이사
서울시 ‘50플러스 재단’ 방문
중장년층에 응원 메시지 전달
“‘왜 또 새로운 인생을 찾으려고 하느냐, 이제 그만 쉬면서 여가를 즐길 때 아니냐’는 주변 반대에 맞서 싸우세요. 당신이 오랜 시간 쌓아 온 경험와 기술은 우리 사회 발전에 공헌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에서 중장년층(베이비부머)의 인생 2막 설계를 돕는 비영리단체 ‘앙코르닷오르그(Encore.org)’의 베시 월리(61) 이사를 26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이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마련한 ‘앙코르50플러스 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월리 이사는 “우리는 중장년층이 은퇴 후 의미 있는 인생 2막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는 데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일에서 은퇴하는 나이를 곧 인생에서 은퇴하는 시기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은퇴 후의 일’이라는 모순된 표현이 자연스러워질 정도로 노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서울시는 50~64세에 해당하는 이들 세대를 ‘50플러스 세대’라고 이름 짓고, 부처별로 산재한 중장년 정책을 한데 모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지원기관 50플러스재단을 지난해 세웠다.
국내에서는 이제 막 첫발을 뗐지만 앙코르닷오르그는 이미 1997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55세 이상 중장년층을 저소득지역 초등학교에 튜터로 연결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죠. 이제는 제법 영역을 넓혀 지금까지 450만명이 앙코르닷오르그를 통해 두 번째 인생을 열고 있습니다.” 사기업에서 일하다 은퇴 후 비영리기관에 자신의 전문 기술을 제공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 주는 ‘앙코르 펠로십’은 앙코르닷오르그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인텔의 반도체 연구^개발(R&D) 부서에서 32년간 근무했던 라지브 매튜씨가 그 사례다. 그는 은퇴 후 자신의 기술을 살려 지역기후협동조합에서 앙코르 펠로십을 통해 친환경 거리 조명, 전기 자동차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미국으로 이민 간 사업가 최임자씨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간병인이 없어 어머니가 고생했던 경험을 되살려 아시아 노인을 위한 가정 의료서비스 기관을 만들어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고용주 중 한 명이다. 이처럼 사회 혁신에 기여하면서 성공적인 ‘앙코르 커리어’를 가진 60세 이상에게 앙코르닷오르그는 ‘목적상(the Purpose Prize)’을 주고 격려한다. 성공 사례를 널리 알려 중장년층에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이 상을 탄 사람은 500명에 달한다.
기업 사내변호사와 대형 금융회사 JP모건체이스앤컴퍼니에서 임원으로 총 26년간 일했던 월리 이사 역시 앙코르닷오르그에서 앙코르커리어를 찾은 사례다. 개개인의 자원을 발굴해 다양한 기관, 프로그램과 연결해 주는 ‘커넥터’가 그의 역할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같은 단체를 충분히 활용하세요.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끝날지 몰라도 내 인생, 내 경험은 가치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권영은 기자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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