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ㆍ서울시장 개인 생활비 자비로 부담
연간 1,300억원 특활비 쓰는 경찰, 개선 시급
문재인 대통령이 부부 식대를 비롯한 개인 생활비를 자비로 부담하겠다며 특수활동비 개선을 공언한 가운데 주요 인사들의 공관 생활비와 특활비 사용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체로 관저에서 쓰는 개인 생활비는 사비로 부담하고 있지만 일부 기관의 경우 특활비를 부정하게 사용,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총리공관 관리비용과 총리 업무추진비로 1년에 각각 4억원, 8억3,000만원의 예산이 집행된다. 공관 관리비용에는 시설유지비와 조경 비용, 제설 장비 구입, 각종 공과금 등이 포함되며 총리 부부 밥값이나 의복비 등 개인 생활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총리가 각계 인사를 만나거나 간담회 등 총리가 주재하는 공식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일컫는 업무추진비도 마찬가지다. 공관이라는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지만 여기에도 개인 식비와 생활비는 해당되지 않는다.
총리실 관계자는 “공관에서 이뤄지는 총리 부부 식사의 경우, 역대로 총리 사모님이 시장에서 직접 장을 보고 차려왔던 것이 그간 관례였고 생활용품 등도 자비로 지출했기 때문에 그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는 우리도 알지 못한다”며 “특히 공관 관리비용은 예산당국과 국회의 심의와 감시 등을 받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지출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총리실이 사용하는 특활비는 연 12억원 규모로 타 부처에 비해 적은 편이다.
특활비가 따로 없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도 가족 식사비나 의복 구입비 등 개인 생활비는 모두 사비로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예산에서 부담하는 것들은 규정에 따라 보일러 운영비, 전기요금, 전화ㆍ수도 요금 등 주로 공관 시설과 관계된 것”이라며 “개별적으로 가족과 식사하는 비용 등은 예산에서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 예산 항목 가운데 하나인 ‘쾌적하고 안전한 청사관리의 공공운영비’에 근거해 지출하는 비용이라는 것이다. 다만 공관에서 기르는 개 ‘대박이’는 서울시 소유 방호견이기 때문에 사료값 등도 시 예산으로 충당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박 시장의 가회동 공관 관리 비용으로 약 953만원을 지출했으며 올해의 경우 3월 기준으로 387만원을 썼다. 외빈 접견 등 공적업무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업무추진비로 충당하며 박 시장은 올 2월 한 달 동안 46회에 걸쳐 약 1,097만원의 추진비를 사용했다.
대법원 역시 “판사들이 재판 등 업무와 관련된 부분은 각 항목과 사용 기준이 정해져 있다”며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는 당연히 사비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도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특활비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2013년 1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됐던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의 경우, 월 400만원에 해당하는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통장에 넣어두고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른 바 있다. 2016년 ‘헌법재판소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한 해에 주요 정책 추진 및 연구활동, 유관기관 등 정책 자문 및 간담회 등으로 4,343만5,000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연간 1,300억원의 막대한 특활비를 쓰는 경찰의 경우는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 받은 ‘사건수사비 부적정 사용 적발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년 간 경찰이 사용한 특활비 중 부정하게 사용한 내역이 593건에 달했고 개인 차량에 기름을 넣거나 휴가 식비 등 사적으로 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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