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성장률 뒷받침 없으면
재정 건전성 유지하기 힘들어”
“선거 구호… 공약 아니다” 의견도
김동연 “수치 언급은 부적절” 신중
김광두 “정부 입장 들어봐야” 유연
전문가 “현실적 수치로 재조정을”
문재인 대통령이 제이(J)노믹스를 통해 선언했던 ‘연간 재정지출 증가율 7%까지 확대’ 공약을 놓고 벌써부터 정부 안팎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재정확대 의지를 보여주고자 내세운 선언적 수치일 뿐, 실제로 매년 7%씩 재정을 확대하기엔 위험 부담이 커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다.
2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경제정책 구상에서 밝힌 ‘재정지출 증가율 7% 상향’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살림이 어렵다고 소극적 재정계획을 세워서는 안 된다”면서 “현재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연 평균 3.5%로 예정된 재정지출 증가율을 7% 수준으로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재원 마련과 관련,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50조원을 조달하고, 부족분은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 중복 비효율 사업 조정 등을 통해 충당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증세’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정당국 내부에선 “7%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라는 의견이 많다. 정권 초기마다 공약 실천 등을 위해 어느 정도의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경제성장률(세수 확대)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규모 재정 확장이 매년 이어지면 더 이상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지출 증가율 7% 상향은 재원조달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후순위 과제”라며 “대통령 최종 공약집에 포함되지 않아 정식 공약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재정지출 증가율 상향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공약이 맞느냐를 두고도 의견의 갈린다. 선거 과정에서 나온 ‘구호’에 가깝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앞서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각각 내세웠던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와 ‘747(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강국 진입)’ 같은 대표 공약과는 성격도 다르다는 것이다. 재정지출 증가율은 ‘목표(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재정 확대)’에 가깝기 때문에, 고용률 70% 달성처럼 수치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라는 논리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대규모 재정 확대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21일 “재정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7%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향후 경제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재정지출 확대 수준이 축소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이노믹스를 설계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는 5년 임기 내내 7%씩 확대해야 한다고 보지만, 실제 정책을 집행할 정부(재정당국)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고 유연한 입장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재정지출 증가율 같은 수치는 고정하기보다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재정건전성과 세수 여건, 경제상황 등에 따라 정부 지출은 유동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치가 목표로 등장하는 순간 구속이 된다”며 “재정 지출이 5년간 현재의 2배 수준인 7%씩 증가하면 재정 압박은 2배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 확대라는 방향성은 그대로 두고 현실적 수치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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