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십니다. 모두 안녕하십니까?”
프로야구 NC 구단의 더그아웃에서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들을 수 있는 인사다. 외국인이 존대말로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예의를 갖추자 수장 김경문(59) NC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어, 수고.”
NC 새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30)가 팀 동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실력은 둘째치고 밝은 성격 덕분에 더그아웃의 활력소로 자리잡았다. 김경문 감독은 “한국말을 잘 배워서 반말을 안 한다”면서 “선수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면 성격이 참 좋다”고 말했다.
스크럭스는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에릭 테임즈(31ㆍ밀워키)의 후임으로 많은 부담을 안고 NC에 합류했다. 또 시즌 내내 테임즈와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러나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스크럭스는 테임즈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며 “나는 테임즈와 다른 선수”라고 개의치 않는다.
스크럭스는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경기 전 코칭스태프에게 다가가 먼저 주먹을 부딪치는 등 활기를 불어넣는다. 팀 동료 모창민은 “주위에 있는 선수들을 기분 좋게 해주고,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또 최금강은 “팀에 활력소가 되는 존재”라면서 “외국인 선수임에도 동 떨어지지 않고 선수들과 항상 함께하는 부분이 대단하다”고 스크럭스의 붙임성을 높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성적을 보면 테임즈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는데, 선수들 모두 스크럭스를 좋아한다”며 “팀 분위기는 테임즈가 있을 때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성격뿐만 아니라 성적도 수준급이다. 24일 현재 타율 0.286 12홈런 33타점을 기록 중이다. 3할 타율에는 못 미치지만 홈런은 공동 2위, 타점은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그가 홈런을 친 날은 팀이 전승을 달리고 있어 ‘승리를 부르는 사나이’로도 통한다. 김 감독은 “스크럭스가 홈런을 치면 우리가 이기니까 선수들이 안 좋아할 수가 없다”고 웃었다.
다만 저조한 득점권 타율(0.231)과 가장 많은 삼진(57개)을 당한 것이 흠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삼진이 많은데 볼넷도 27개를 골라내 KIA 최형우와 함께 공동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사실 선구안도 좋은 편”이라며 “초반에는 볼을 고르다가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고 정신적으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볼넷도 많이 얻어 낸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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