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평 늘리면 용적률 혜택
3~6개월마다 일터 옮기지 않게
표준계약서 제작, 관내 배포도
수원도 쉼터 설치∙보수 지원 계획
10여년 전 공직에서 퇴직한 장모(70)씨는 경기 용인시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달 150만~180만원을 받으며 비좁은 경비실에서 1일1교대 근무를 하는 장씨는 ‘노동의 강도’ 보다 입주민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더 힘들다고 했다. 경비실에 맡겨진 택배를 자신의 집 현관까지 배달해 달라거나 택배를 가져다 발송해 달라는 등 허드렛일을 시키는 것은 예사다.
장씨는 “신고를 받고 주차단속을 하다 스티커라도 붙이면 경비실까지 쫓아와 막말을 해대는 젊은이들도 있다”며 “차량이 통과할 때 정문 차단기를 늦게 열었다고 욕을 듣기도 했다”고 씁쓸해했다.
장씨처럼 열악한 환경과 처우를 견디며 일하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경기 용인시가 전국 최초로 건설업체에 아파트 경비실 규모를 넓히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시는 현재 16.5㎡(5평) 남짓의 경비실을 21.1㎡(7평) 정도로 넓혀서 짓도록 건설업체에 권고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경비실은 화장실과 책상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주민에게 온 택배까지 보관하면 몸 돌릴 틈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는 경비실 환경을 배려하는 업체에 용적률 등에서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다.
경비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고용승계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시는 경비용역업체에 소속돼 3∼6개월 단위로 고용관계가 바뀌는 ‘파리목숨’ 같은 경비원의 고용 기간을 용역업체 계약기간과 같게 하도록 명시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관내 모든 아파트 단지에 배포하기로 했다.
용인시가 이번 대책마련을 위해 지난달 관내 아파트 단지 416곳의 경비원 636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도 벌였더니 경비실에 휴게공간이 있는 곳은 48%에 불과했다. 또 경비원 90%가 경비용역업체 소속이었고, 12%는 경비외 업무를 하면서 부당하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주민들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경비원도 18%나 됐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이날 오전 8시쯤 기흥구 동백동 한 아파트를 출근길에 불쑥 찾아 “경비원도 한 가족이라 생각하는 문화가 싹틀 수 있도록 애쓸 것”이라고 경비원들을 격려했다.
수원시도 올해부터 아파트 경비원 쉼터를 설치하거나 보수하면 예산을 지원키로 하는 등 경비원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움직이는 지자체가 속속 나오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공모를 통해 4개 단지를 선정, 기존의 쉼터를 손보는 비용으로 총 4,000만 원을 보조할 계획”이라며 “대부분 고령자인 아파트 경비원의 근로여건이 악화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