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총리 역할 당부하자
“헌법상 인사권은 대통령에 있다”
책임총리제 집중 질문에 신중 태도
외교ㆍ안보 현안 문제엔
“사드 찬반 말하는 건 주제넘은 일
24일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첫째 날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책임총리 정신을 구현해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후보자는 “총리가 최종 책임자이며 의사 결정권자라는 각오로 임하라는 뜻으로 안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국무위원 제청권 등 실질적 권한 행사에 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도 “총리 후보자가 찬반을 말하는 건 주제넘은 일”이라며 즉답을 피하는 등 시종일관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와의 면담에서 “인사권을 갖는 책임총리ㆍ책임장관제를 운용할 것”이라고 약속 했는지를 묻는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이 논란이 됐다. 이 후보자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처음에는 “그와 같은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서면으로 답변했다가 이날 다시 “인사권을 붙여 말씀한 적이 없고 헌법상 국무위원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수정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장에서는 “총리가 하라는 대로 (내각 인선을) 하는 것이 제청권이라면 헌법 근거가 무너진다”고 보충 설명을 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제청권과 인사권이 충돌하지 않으니 적극 행사하고, 특히 해임건의권은 단호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같은 당 전혜숙 의원도 “그동안 우리는 대통령 지시를 받아쓰기 하는 총리와 장관만 봤다”며 “정해진 대로 제청만 해서는 내각을 총괄할 수 없다”고 책임총리로서의 각오를 분명히 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야당 의원들은 외교ㆍ안보 현안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따져 물으며 이념 검증 공세를 폈다. 이 후보자는 신중한 답변으로 예봉을 피했다. 이 후보자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느냐’는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사드는 국회의 의사표시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며 “총리 후보자가 찬반을 말하는 것은 주제에 넘는다”고 국회 몫으로 공을 돌렸다. 개성공단 운영재개 등과 관련해서는 “햇볕정책은 대북정책에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국면에 따라 운영에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경대수 한국당 의원이 참여정부 당시 대북기조 혼선을 언급하며 ‘자주파와 동맹파 중 양자택일해야 할 때 어떻게 할 건가’라고 질문하자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대외적 존재의 가장 핵심적 기둥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대북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과 관련해선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대화가 어렵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에 관해서는 “최근 청와대 안보실장과 이(결핵ㆍ말라리아 등 감염병 치료 지원)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며 정책 노선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서는 “몇 년 후에 다가올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행사에서 (보수진영의) 협력을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해 수락했다”면서도 “이후 제가 불참한 발대식에서 박 전 대통령 광화문 동상 설립 건을 논의했고 제가 마치 그것에 찬성한 것처럼 보도가 돼 사퇴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안희정 충남지사의 공약을 이어받은 ‘제2국무회의 정례화’ 대선 공약에 대해서는 “가칭 중앙ㆍ지방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특별법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제2국무회의라고 하면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니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해군이 제주 강정마을 주민에서 청구한 구상금 철회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정부가 유사한 사례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고려사항이 있다”며 “어느 정도 신뢰조치가 수반된 뒤 철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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