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CIA 기밀문건서 확인
“미, 진압위해 신군부 지원 판단”
1980년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한국정부(신군부)가 미국 쪽에 광주 시위 상황 등을 왜곡한 거짓 정보를 흘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이 시민들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신군부를 지원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정황도 나왔다.
광주시는 올해 1월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기밀 해제한 문건 중 5ㆍ18 당시 미국이 신군부로부터 광주시민들의 시위 양상 등을 제공 받아 작성한 정보보고 문건을 찾아내 24일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80년 5월 26일 작성한 ‘미국 국방부(MND) 정보보고서’로, 신군부의 계엄령 시행과 확대 배경, 광주시민 소요 실제 양상 등 3개 부분으로 정리돼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당시 이 보고서에서 신군부가 제공한 정보는 일방적인 데다, 다른 방법으로 자체 수집한 정보에 비춰볼 때 신군부가 실제 상황을 상당히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이 보고서엔 “군중들이 쇠파이프와 몽둥이로 각 집을 돌며 식구들이 만약 시위에 동참하지 않으면 집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하고, 폭도들이 초등학생들까지 동원하기 위해 강제로 차에 태워 길거리로 끌고 나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폭도들이 전투 경찰에게 무차별 사격”,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시민들에게조차 쏘아댐”, “폭도들이 지하의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었음” 등 실제 상황과는 달리 5ㆍ18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폭동인 것처럼 몰아 가는 대목도 있다.
미국 CIA의 또 기밀해제 문건엔 “전두환이 12ㆍ12사태 때 한미간 지휘체계를 위반하고 공수부대를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광주항쟁을 진압하기 위해 전두환과 쿠데타 지도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믿었다”는 내용도 나왔다.
5ㆍ18 당시 미국 정부와 전두환 신군부 사이에 오간 비밀 통신기록 ‘체로키 파일’을 폭로한 미국 언론인 팀 셔록(66)씨는 이날 “미국 CIA의 기밀문서의 많은 부분들이 정보원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가려져 있다”며 “한국 정부가 5ㆍ18 진실규명을 원하면 미국 정부에 완전한 기밀문서 해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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