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르헨티나전 승리의 주역은 ‘승우’였다. 공격에서 이승우(19ㆍ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면, 수비에서는 상대 공격수의 발을 꽁꽁 묶은 김승우(19ㆍ연세대)가 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잉글랜드전의 패배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아르헨이 공세 전술을 들고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동시에 활용이 가능한 김승우가 발탁됐다. 신 감독의 기대 대로 김승우는 이날 포어 리베로로 활약하며 상대 패스의 맥과 결정적인 크로스를 차단했다. 김승우가 아르헨 중원의 핵심인 에세키엘 팔라시오스(19)를 집중 마크하며 움직일 때마다 한국 진영은 스리백과 포백으로 변주됐다. 게다가 김승우는 전반 38분 최후방에서 단 한 번의 롱패스를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해 페널티킥 추가골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김승우는 처음부터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지난해 6월부터 U-19 대표팀 명단에 올라 3차례 소집훈련에 합류했지만 실제 경기에는 단 한 차례도 나서지 못했다. 영리한 플레이, 184㎝의 신장은 장점으로 꼽혔지만 70㎏의 체중은 몸싸움에서 밀릴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상황이 달라진 건 지난 2월 춘계대학연맹전이었다. 당시 U-20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신 감독은 기존 체제로는 개인능력이 뛰어난 중남미 선수들을 막기에 역부족이라 생각하고 새로운 선수들을 찾고 있었다. 때마침 눈에 들어온 이가 멀티형 수비수 김승우였다. 신 감독은 김승우가 대학 1학년임에도 형들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장면을 보고 대표팀 수비의 핵심으로 기용했다.
김승우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준비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아르헨 선수들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예상대로여서 당황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준비한 것만 한 것 같다”라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공격적인 축구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비가 약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면서 “최대한 그 소리 안 들으려고 선수들끼리 더 뭉쳤다. 이제는 믿어주셔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