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묶여 재산권 행사 못하는데
시는 고은 시인에 주택까지 제공”
“형평성 어긋난다” 집회에 시 당혹
경기 수원시 상광교동 주민들이 광교산 자락에 거주 중인 고은 시인에게 떠날 것을 요구해 수원시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자신들에게는 개발제한구역 등을 이유로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면서 고은 시인에게는 주택을 마련해 주는 등 특혜를 주고 있다는 주장에서다.
24일 수원시에 따르면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 소속 광교산 주민들은 지난 21일 장안구 상광교동 고은 시인 주택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시민의 공간에 무상 거주하는 고은 시인은 당장 광교산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지난 47년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등 이중 규제 때문에 주민들은 주택 개ㆍ보수조차 마음대로 못하고 있는데, 시를 쓰는 문인에게 조례까지 만들어 가며 시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수원시의 의도가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 주는 특혜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고은 시인은 안성에서 20여 년 넘게 살다 2013년 8월 19일 지금의 상광교동으로 이사했다.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수원시의 줄기찬 구애 때문이었다. 시는 민간인으로부터 사들인 광교산 자락의 주택을 리모델링해 고 시인에게 제공했다.
광교 주민들은 시가 주택 리모델링을 위해 9억5,000만원을 들인데 이어 최근 4년간 매년 1,000만원이 넘는 전기료와 상하수도 요금을 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광교산 곳곳에 고은 시인의 퇴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했으며, 앞으로 한 달간 집회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의 집회 소식을 접한 고은 시인 측은 문학계 지인 등을 통해 수원지역에서 더 이상 거주하기 어렵다는 착잡한 심경을 전달했다.
수원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고은 시인을 만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인문학적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시가 직접 모셔온 분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수원시는 주민들의 이번 시위가 광교 정수장 폐쇄와 상수원보호구역해제 요청을 거절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주택 신ㆍ증축과 생계를 위한 음식점 영업에 제한을 받아오면서 민원을 제기해왔다. 수원시는 광교산 주민 설득과 소통에 나서는 한편, 정부에 규제개선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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