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넌 전 국장, 청문회서 공개 증언
‘트럼프 캠프와 공모’는 확답 피해
러 스캔들 실체 속속 드러나자
美 의회, 플린 前 보좌관 출석 압박
전직 미국 최고위급 정보당국 인사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와 접촉하며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구체적 증언이 속속 나오면서 의혹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3일(현지시간)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선 기간 러시아 관료들과 트럼프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접촉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러시아인)은 미국인들을 의도적이거나 의도치 않게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 애썼다”며 “러시아가 뻔뻔하게 미 대선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분명히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브레넌 전 국장은 또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에게 선거 개입 행위를 중단할 것을 공개 경고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지난해 8월쯤 개입 사실을 알아채고 보르트니코프에게 전화로 항의했고, 그는 두 차례 부인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의 공모 여부 질문에는 “의문이 제기되는 개입 행위를 목격한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이어 “직접적 증거는 없지만 수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정보를 연방수사국(FBI)에 넘겼다”며 “CIA와 FBI, 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들이 회의를 열기도 했다”고 답변했다. 브레넌 전 국장은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기밀을 공유했다는 논란에 관해서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보공유 규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브레넌의 적나라한 증언으로 공화당이 더 이상 트럼프를 변호하기 힘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도 이날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청문회 출석을 재차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보위는 그가 설립한 기업 2곳에 소환장도 발부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현재 ‘불리한 진술 거부’를 명시한 수정헌법 5조를 내세워 묵비권을 행사하는 중이다. 공화당 소속인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은 “플린 측이 계속 협조를 피하면 ‘의회모독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