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백병원 이원애씨
마지못해 받은 사례금도 기부
“제 평생 이렇게 큰돈을 또 만져 보긴 어렵겠죠?” 부산의 한 병원에서 청소용역업체 미화원이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3,000만원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10만원의 사례금마저 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주인공은 해운대백병원 미화원 이원애(65·여)씨. 지난달 13일 오후 6시30분쯤 이씨는 평소처럼 병원 4층 중환자실 옆 화장실을 청소하다 좌변기 쓰레기통에서 두툼한 지갑을 발견했다. 집게로 꺼내려 했지만 들 수가 없는 무게였다. 꺼내 보니 5만원권 지폐와 수표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중환자실 관계자에게 돈을 갖다 줬다”며 “뒤돌아 나와 보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어지러운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마음을 추스른 이씨가 같은 층의 다른 화장실을 청소하러 들어가자, 마침 한 여성이 정신 없이 뭔가를 찾고 있었다. 지갑 속 주민등록증의 사진과 닮은 모습, 분실자의 여동생이었다. 분실자는 이날 별세한 부친의 병원비와 장례비를 위해 목돈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분실자와 가족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지갑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울먹이며 사례금 100만원(5만원권 20장)을 내민 가족들에게 이씨는 손사래를 쳤다. 한사코 주는 돈을 거절할 수 없어 5만원권 1장만 받았지만, 가족들은 한 장을 더 건넸다. 이렇게 받은 돈도 이씨는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소속된 청소용역회사 미화원들은 돈을 모아 매년 9~10월쯤 기부를 하는데, 이에 써 달라며 돈을 내놓았다. 이씨는 “원래 내 돈이 아니었고 의미 있는 돈이라 더 가치 있는 데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며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주인을 찾아 줬을 것”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부산=정치섭 기자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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