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던 ‘3김 시대’가 저물었다.
한국 야구 최고 명장으로 꼽힌 ‘3김’ 중 김응용(76), 김인식(70) 감독이 일선에서 물러난 데 이어 가장 마지막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김성근(75) 감독까지 23일 한화 사령탑에서 내려오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 야구는 이들 ‘3김’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다. 감독 통산 승수 1위부터 3위까지는 김응용 감독 1,554승(68무 1,288패), 김성근 감독 1,388승(60무1,203패), 김인식 감독 978승(45무1,033패)이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23일 현재 현역 감독 중 최다 승을 기록 중인 김경문(59) NC 감독의 827승과 격차가 크다.
우승 경력도 따라갈 자가 없다. 김응용 감독은 1980~90년대 해태에서 아홉 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2002년 삼성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끄는 등 총 10개의 우승 반지를 꼈다. 김성근 감독은 SK에서 세 차례(2007ㆍ2008ㆍ2010) 우승, 김인식 감독은 두산(전신 OB 포함)에서 두 차례(1995ㆍ2001) 정상에 올랐다.
이들은 서로 다른 지도 스타일로 KBO리그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우승 청부사’로 통하는 김응용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했고, ‘야신’으로 불린 김성근 감독은 데이터 야구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프로 구단뿐만 아니라 국제 대회에서도 한국 야구의 우수성을 알려 ‘국민 감독’이라는 호칭을 얻은 김인식 감독은 선수를 믿는 뚝심의 야구를 했다.
영예로운 순간도 많았지만 ‘3김’은 묘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한화에서 마지막 프로 사령탑을 지내며 박수 받지 못하고 떠난 것. 김인식 감독은 2005~09년까지 한화 지휘봉을 잡는 동안 롤러코스터를 탔다. 부임 첫해부터 3년 연속 ‘가을 야구’에 올려놓고, 20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도 차지했다. 그러나 세대교체 실패로 2008년 5위, 2009년 최하위로 처지면서 한대화 감독에게 바통을 넘겼다.
한 감독을 거쳐 2012년 10월 한화 사령탑에 오른 김응용 감독은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쳐 사령탑 인생에 ‘오점’을 남겼다. 부임 첫해에는 처음으로 개막 13연패를 겪고 14경기 만에 첫 승을 거둔 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가을 야구’를 염원하는 한화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김응용 감독 후임으로 2014년 10월 사령탑에 취임한 김성근 감독 역시 2015년 6위, 2016년 7위로 기대에 못 미쳤다. 올 시즌에는 9위까지 처져 결국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옷을 벗었다.
‘3김’이 다시 프로야구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성근 감독은 프로 팀을 맡은 7개 팀에서 모두 구단과 마찰을 빚은 끝에 ‘아름다운 마무리’를 맺지 못하고 떠났다. 김응용 감독은 현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수장으로 한국 야구 발전에 힘쓰고 있고,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을 맛 본 김인식 감독은 KBO 규칙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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