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의 개명이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총 14만6,416명이 이름을 바꿨는데, 이 중 20ㆍ30대 젊은이들이 23.8%를 차지했다. 예전에는 놀림 당하기 쉬운 이름을 개명했지만 지금 추세는 일이 잘 안 풀릴 때 새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개명을 택한다.
프로야구도 ‘개명 열풍’은 마찬가지다. 올해 막내 구단 kt에는 이름을 바꾼 ‘거포 듀오’가 있다. 이들은 지난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구단의 시즌 첫 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김동욱(29), 지난달 트레이드로 롯데에서 kt 유니폼을 입은 오태곤(26)이다. 아직 개명 전 이름 김동명, 오승택이 익숙하지만 새 이름으로 야구 인생에 전환점을 삼기 위해 변화를 줬다.
2007년 삼성에 입단한 김동명은 기나긴 무명 생활을 보냈다. 2015년 kt로 팀을 옮긴 뒤에도 2군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서 빠진 그는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의 부진을 틈타 19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1군 첫 경기 넥센전에서 멀티히트로 인상을 남긴 뒤 21일 마수걸이 홈런을 쏘아 올렸다. 23일 삼성전에서는 몸에 맞는 볼로 통증을 호소한 이진영 대신 교체 출전해 연거푸 대포를 가동했다. 김동욱은 “난세의 영웅이 되고 싶다”며 “늦게 (1군에)올라온 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태곤은 올해 개명을 하고 2010년부터 몸 담았던 롯데를 떠나면서 눈물을 흘리는 등 벌써 많은 일을 경험했다. 그 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그는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이름을 바꿨다. kt는 기회의 땅이었다. 롯데 시절 출전 기회가 적었지만 kt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다. 아직 시즌 타율은 0.206으로 저조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고, 파워도 갖춰 김진욱 kt 감독이 거는 기대가 크다.
KBO리그에서 개명 후 성공사례를 쓴 대표적인 경우는 손아섭(롯데)이다. 2009년 손광민에서 손아섭으로 이름을 바꾼 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정상급 외야수로 우뚝 섰다. 손아섭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롯데는 유독 개명 선수들이 많다. 문규현(전 문재화), 박종윤(전 박승종), 이우민(전 이승화) 등이 있고, 오태곤은 손아섭이 찾았던 같은 작명소에서 새 이름을 받았다. 넥센 투수 김세현은 기존 김영민에서 개명을 한 뒤 지난해 구원왕에 올랐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