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어용 노조 운영에 개입
검찰, 법인 및 임직원 4명 불구속 기소
원청 부당노동행위 적용 첫 사례
현대차 “생산 안정화에 관심 있었을 뿐”
현대자동차와 임직원들이 부품 납품업체인 유성기업의 노동조합 운영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1년 유성기업의 이른바 ‘노조 파괴’ 사태가 있은 지 무려 6년만이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조를 상대로 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물은 첫 사례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현대자동차 법인과 이 회사 구매본부 구동부품개발실장 최모씨 등 임직원 4명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지난 19일 불구속 기소했다. 원청업체인 현대차와 임직원들이 부품 하청업체인 유성기업 사용자 측과 공모해 ‘어용 노조’ 조합원 수를 늘리도록 하는 등 노조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다.
유성기업범시민대책위원회(유성범대위)가 24일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유성기업은 2011년 5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정하자 직장폐쇄를 해 조합원들의 출입을 막고 사측과 가까운 제2노조를 만들었다. 당시 최씨 등은 유성기업 사측으로부터 노조 상황을 꾸준히 보고받다가 파업으로 부품 납품에 차질을 빚자 “결품 우려 없는 안정적 생산기반을 갖추지 못하면 주문량을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유성기업 측에 전달했다. 현대차의 이런 강한 압박에 유성기업 사측은 “제2노조 가입인원을 늘리면 결품 상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고 요청했고, 현대차 측은 기간별 제2노조 가입 인원 목표까지 제시했다. 검찰은 현대차 측의 이런 행위 노조법을 위반한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지난 2월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가 노조탄압 등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고 구속됐는데, 현대차 임직원 역시 유성기업 ‘노조 파괴’의 공범으로 인정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원청 대기업이 하청업체 노사관계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곳곳에서 제기됐지만, 그 행위가 불법으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기소가 공소시효를 단 사흘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검찰의 ‘늑장 기소’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김상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 변호사는 “주요 증거가 이미 2012년에 확보된 것임을 고려하면 4년 넘게 방치하다가 이제 와서 떠밀려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검찰이 핵심증거로 제시한 현대차 임직원들의 전자우편은 2012년 11월 유성기업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됐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유성기업 파업 당시 일주일간 일부 생산라인이 중단돼 6,600여대 생산차질이 발생했다”며 “유성기업이 먼저 제2노조 설립 등 생산안정 계획을 전달했고 생산 안정화에 관심이 있었을 뿐 노사문제에 관여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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