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교류부터 정상화 할 것”
5ㆍ24 조치 해제엔 선 그어
압박 일변 보수 정권과 차별화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엇박자 우려
청와대가 내달 6ㆍ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을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말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북핵 협상의 초석을 다지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국내외적인 대북 제재 조치에 저촉되지 않는 민간 교류부터 시작해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내달 6ㆍ15 공동선언 17주년을 앞두고 있어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북 지원 단체의 대북 접촉을 승인하고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6ㆍ15 선언 공동기념 행사 등을 통해 남북간 교류 재개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6ㆍ15 공동선언, 10ㆍ4 정상선언을 존중해 변화된 국제환경과 남북관계에 맞게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인 6ㆍ15 공동선언문에는 남북 간 경제협력을 통한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 및 사회ㆍ문화ㆍ체육ㆍ보건ㆍ환경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통한 상호 신뢰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 들어 두 차례나 미사일 도발에 나섰는데도, 정부가 전날 남북 교류 재개에 시동을 건 것도 내달 6ㆍ15를 앞두고 남북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전날 노동신문을 통해 준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의 실전 배치를 선언했지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남북 간 연락통신망과 판문점에서의 핫라인 복원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통일부도 남북 민간 교류에 대한 유연한 검토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에 참여했던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9년간 보수 정부와 달리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현재의 남북경색 상황 해소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다만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고려해 당장의 경제 협력 보다는 사회 문화적 교류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및 5ㆍ24 조치 해제 입장을 언급한 데 대해 “청와대와 협의된 바 없으며 개인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내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경제 협력까지 나설 경우 한미간 엇박자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다양한 개혁 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대북 교류를 시도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대화 재개 의지에 아랑곳 하지 않고 마이웨이식 미사일 개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추가적인 도발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성급한 대화 재개가 미국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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