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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들판도, 공장도 타 들어 가는 충남 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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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들판도, 공장도 타 들어 가는 충남 서부

입력
2017.05.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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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댐 저수율 역대 최저 11%, 대호호도 34.6%

부남호 간월호도 염도 높아 모내기 포기 속출

대산공단 가동중단 위기

바닥을 드러낸 보령호
바닥을 드러낸 보령호

긴 가뭄에 충남 서부지역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보령호와 당진 대호호의 저수율이 급격히 떨어져 비상이 걸렸다.

23일 충남도에 따르면 대호호의 저수율은 34.6%로 지난해 같은 기간 85.1%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이로 인해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인 서산 대산임해산업지역(대산단지) 공업용수 공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대산단지 입주 기업들은 아산공업용수도(아산정수장)를 통해 하루 11만9,000㎥를 공급받고 있다. 또한 석유화학 5개 기업은 아산공업용수도와 함께 자체 정수 시설을 갖추고 인근 대호호에서 하루 16만9,500㎥를 취수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모내기철 농업용수 공급이 늘어 대호호의 수질저하와 염도상승으로 대산단지 공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충남도와 서산시,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농어촌공사, 대산단지 5개사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공업용수 추가 공급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도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대산단지 5개 기업은 6월 말 공업용수 위기 상황에 도달할 수 있다”며 “이들 5개 사의 매출 손실액이 하루 466억원에 달하는 만큼 대호호 수위 유지 또는 추가 공급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뭄에 속이 타 들어가는 것은 농민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서산지역 강우량은 100㎜ 안팎으로 최근 5년 간 1∼5월 평균 강수량 180㎜의 절반 수준이다. 주요 저수지 저수율도 풍전저수지 11%, 성암저수지 15% 평년보다 10% 이상 낮았다.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대호호의 염도 증가로 가동 중단 위기에 놓인 서산시 대산임해산업단지. 충남도 제공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대호호의 염도 증가로 가동 중단 위기에 놓인 서산시 대산임해산업단지. 충남도 제공

천수만 AB지구와 인접 시군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간월호와 부남호 염도가 4000ppm으로 치솟아 영농 한계치인 2800ppm을 크게 넘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내기를 포기한 농민이 속출하고 밭 작물도 속수무책으로 타 들어 가고 있다.

특히 보령댐 저수율이 사상 최저치인 11%대를 기록하면서 보령과 서천을 사이에 둔 부사간척지를 임대해 농사를 짓는 영농조합 농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보령댐에서 충분한 물이 흘러내리지 않아 하류의 간척농지에 물을 대는 부사호의 염분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보령과 서천지역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45∼50%로 모내기는 가능하지만 충분한 양은 아니다.

보령시는 가뭄이 계속될 것에 대비해 육묘 재이앙을 권하는 한편 농작물 재배보험 가입과 논물 가두기를 요청하고, 이앙이 어려운 지역에 콩과 사료작물 등 대체작물 파종을 권장하기로 했다.

가뭄으로 물이 없어 거북등처럼 갈라진 저수지 바닥에 말라 죽은 물고기.
가뭄으로 물이 없어 거북등처럼 갈라진 저수지 바닥에 말라 죽은 물고기.

서천지역 한 영농업인 관계자는 “봄철 부사호 염분 농도가 치솟아 주변에서 일반 논을 빌려 못자리를 했다”며 “다음 달 하순까지 많은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올해 부사간척농지 벼농사는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산 음암면에서 달래를 재배하는 농민 방칠용(75)씨는 “지난해 10월에 심은 달래에 7개월째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며 “물이 없어 해마다 홍역을 치르는 현실을 고려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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