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탈당 불사” 집단반발에
통합론자 주승용 등 일선 후퇴
정대철 포함 비대위 재인선 작업
‘탈당 불사’ 동교동계 집단 행동에 통합론자 주승용 일선 후퇴
신임 비대위원장 추대 문제도 원점으로… 8월 전당대회는 개최키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움직임을 잠정 중단했다. 당의 자문그룹인 동교동계가 지도부의 통합론에 강하게 반대하면서다. 이로 인해 비상대책위원장 추대 작업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등 대선 패배로 인한 당내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당초 국민의당은 이번 주중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했던 주승용 전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 제3당으로서의 입지 강화에 나설 예정이었다. 대선에서 국민의당을 향한 21%의 지지를 확인한 만큼, 외연 확장을 통해 3당 입지를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호남 여론에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동교동계가 이런 구상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지도부의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동교동계는 최근 연이어 회동을 갖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호남을 무시하고 당의 정체성을 무너트리는 것”이라며 “바른정당과 합당 움직임이 이어지면 당을 떠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자 주 전 원내대표는 23일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당내에 오해가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을 맡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나는 당원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백의종군하겠다”며 일선 후퇴의 뜻을 재차 강조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역시 주 전 원내대표의 뜻을 들은 뒤 당분간은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지 않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과 합당 논란은 일단 잠재웠지만, 더불어민주당 복귀 여부는 남은 불씨다. 동교동계 강성파들은 이날도 회동을 갖고 “호남의 민심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라는 것”이라며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 민주당과 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며, 김 원내대표도 “민주당 통합론, 바른정당 통합론 둘 다 반대한다”고 맞섰다.
동교동계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정대철 상임고문은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일부 동교동계 인사들이 민주당 복귀와 탈당을 주장하지만, 나는 거기까지 찬성하지 않았다”며 “지도부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움직임을 접었다면 그것으로 일단락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기적으로 민주당과의 합당을 고려할 수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가 있는 상황에선 당 수습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25일 중앙위원회 개최 전까지 정 고문 카드까지 포함해 다시 비대위원장 선정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신임 비대위원장은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전까지 3기 비대위 체제를 이끌게 된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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