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넥스트 도어 투 앨리스’ ‘왓 캔 아이 두’ 등의 히트곡으로 1970~80년대 국내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은 영국 밴드 스모키의 보컬로 활동했던 크리스 노먼이 이달 있을 내한 공연 출연료를 스스로 낮춰 눈길을 끈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스모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노먼은 지난해에 이어 한국 무대에 다시 오른다.
23일 노먼의 내한 공연 주최사인 유앤아이커뮤니케이션(유앤아이) 관계자에 따르면 노먼의 공연 출연료 자진 삭감은 어수선한 시국과 맞물린 위축된 국내 공연 시장에 대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뤄졌다.
노먼의 공연 티켓 예매가 이뤄졌던 3~4월은 대통령 탄핵과 대선 이슈가 맞물려 관객몰이를 하기 어려운 공연 비수기였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두 정치에 쏠린 터라 유앤아이도 노먼의 공연 홍보에 애를 먹었고, 티켓 예매도 기대 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이 소식을 접한 노먼 측은 “이 상황에 공연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힘드냐”며 노먼의 출연료 중 1만3,000달러(약 1,460만원)를 유앤아이에 돌려줬다. 유앤아이 관계자는 “노먼이 앨범 작업으로 인해 부득이 내한 공연에 앞서 한국에 와 프로모션을 하지 못한 점을 미안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먼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KBS홀을 시작으로, 21일 전남 순천 문화예술회관을 거쳐 오는 24일 울산시 현대예술관에서 세 차례 공연을 이어간다. 21일 북한이 또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감돌 때라 해외 음악인 입장에서는 불안해 할 수도 있는 시기다.
유앤아이 관계자는 “노먼이 지난해 한국을 처음 방문해 한국인들이 아직도 스모키의 노래를 좋아하는 걸 알고 많이 놀랐다”며 “한국 팬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연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가수 리처드 막스가 한반도 정세 불안 등을 이유로 내달 예정된 내한 공연을 최근 돌연 모두 취소한 것과 180도 다른 행보다. 막스의 내한공연을 추진한 공연기획사 코리아아트컴퍼니 관계자는 “막스 측과 사전 홍보 행사를 다시 진행하는 안을 포함한 내용으로 내한 공연 일정을 새로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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