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을 차고 있는 구보 다케후사(가운데)=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20살 형들과 경쟁하는 아직 앳된 소년의 티가 남아있는 만 15세의 소년이 있다. 주인공은 '경이적인 선수ㆍ축구 천재ㆍ일본의 메시'라는 수식어가 어김없이 따라붙는 구보 다케후사(16ㆍFC도쿄)다.
구보를 두고 일본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어린 소년이 국가대표가 되고 FC바르셀로나까지 진출한 츠바사의 이야기를 담은 인기 만화 '캡틴 츠바사'와 비슷하다는 말이 나돈다. 흘러가는 모양새가 흡사 투타를 겸비한 만화 속 캐릭터라는 일본프로야구의 오타니 쇼헤이(23ㆍ니혼햄)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구보가 20살 성인무대 데뷔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조별리그 D조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1차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일본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기대에 걸맞은 활약이었다. 자신보다 3~4살이 많은 형들을 상대로 후반 27분 날렵하게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고 패스를 받은 뒤 동료에게 연결해 골을 도왔다.
사람들은 구보에 두 번 놀란다. 먼저 나이다. 2001년 6월 4일생인 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 중 우세이누 니앙(세네갈ㆍ2001년 10월 12일생)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리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모든 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일본 축구계는 그가 걸어온 탄탄한 환경과 가파른 성장세에 주목한다. 구보는 2살 때 처음 축구를 접했고 9살에 고향인 일본 가와사키의 프론탈레 유스 팀에서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이후 백승호(20)와 이승우(19)처럼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으로 옮겨 세계적인 유망주로 떠올랐다. 2011년 8월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팀 테스트에 합격한 뒤 10~11세 팀인 알레빈C에서 2012~2013시즌 30경기 74골을 넣으며 성장했다. 이때부터 '리틀 메시'라고 불리며 일본 열도를 구보 앓이에 빠뜨렸다.
그러나 2015년 18세 미만 선수의 해외 이적을 금지하는 FIFA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아 경기 출전이 어려워지자 예상을 깨고 일본으로 돌아와 FC도쿄 15세 이하 팀과 계약을 맺었다.
그의 금의환향에 소속팀뿐 아니라 일본 축구계 전체가 구보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구보는 18세 이하 팀으로 '월반'해 J3리그(3부)에서 J리그 최연소 출전 및 득점 기록을 연달아 경신했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대표팀에 구보를 뽑아 경력을 쌓아줬다. 지난해 11월 역대 최연소로 일본 U-19(19세 이하) 대표팀에 뽑혔고 이번 20세 이하 팀에도 포함됐다.
하지만 단순히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한 차원의 선발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구보는 연습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4살이나 위인 형들과 경쟁력을 과시했다. 이어진 U-20 월드컵 데뷔전에서 엄청난 압박감에도 침착했고 빈 곳이 생기면 송곳같이 파고드는 몸놀림이 인상적이었다. 넓은 시야는 또 하나의 강점이다. 이에 일본 언론들은 "구보는 역시 천재였다", "첫 어시스트로 세계 데뷔"라는 등의 반응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구보가 진정한 일본의 메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명과 같은 숙제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바로 신체적인 약점이다. 그는 영리했지만 키가 167cm에 불과해 상대와 몸싸움을 이겨내기 힘들었다. 키는 작지만 탄탄한 신체를 가진 진짜 메시와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가 일본을 넘어 세계를 열광시키는 진정한 초특급 축구 스타로 거듭날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팬들은 대회에 앞서 "일본 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만화 같은 캐릭터인 15살 소년 구보를 이번 대회에서 지켜본다는 사실만으로 즐겁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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