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바지 정장에 플라스틱 집게 핀
화장기 없는 수척한 얼굴 무표정
법정서 만난 최순실에 눈길 안 줘
592억원대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10시1분쯤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구속될 때와 비슷한 짙은 파란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구속 전보다 수척해 보이는 얼굴에 굳은 표정을 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에 가깝게 머리를 잘 정돈했다. 검은색 플라스틱 집게 핀으로 머리를 위로 올려 고정하고, 잔머리를 작은 플라스틱 핀들로 고정했다. 10여 초 간격을 두고 뒤따라 들어온 최순실(61)씨는 평소 모습과 다르게 고개를 숙이며 박 전 대통령과 얼굴을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유영하 변호사 옆에 앉은 박 전 대통령은 냉랭한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하며 법정에서 조우한 ‘40년 지기’ 최씨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전 10시 정각 입정한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의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재판 심리를 시작하며 박 전 대통령의 직업과 거주지를 물었다. 잠시 침묵하던 박 전 대통령은 고개를 들어 재판부를 바라 본 채 조그만 목소리로 “무직입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구속 수감 후 53일만에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나온 말이었다. 곧이어 재판부가 최씨에게도 직업을 묻자 최씨는 평소와 달리 울먹이며 “임대업”이라고 대답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6분쯤 서울구치소를 출발해 30여분 뒤인 오전 9시10분쯤 호송차량을 타고 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차량 안에도 교도관만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송차에서 내려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10여 초 동안에는 표정 변화 없이 입을 굳게 닫았다. 일반 수감 피고인들처럼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포승줄에 묶이지는 않았다. 대신 왼쪽 가슴에 수용자 신분임을 알리는 ‘수용자 번호 503번’ 구치소 표식이 붙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사 안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417호 대법정으로 이동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원에 도착하기 직전 중앙지법 청사 주변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석방을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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