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내 이름이 다시 거론되니까 고맙지. 손흥민이 아주 자랑스러워.”
차범근(64) 2017피파20세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껄껄 웃었다.
그는 자신이 보유했던 유럽 무대 한국 선수 시즌 최다 골 기록을 넘어선 손흥민(25ㆍ토트넘)을 향해 엄지를 들었다.
차 부위원장은 23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손흥민이 지난 19일 레스터시티와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시즌 21호 득점에 성공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손흥민은 정규리그 14골, FA컵 6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골 등 21골로 2016~17시즌을 마감했다. 한국 선수가 유럽 리그에서 한 시즌 20골 이상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차붐’이 1985~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작성한 19골(정규리그 17골ㆍFA컵 2골) 기록을 31년 만에 깼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진출 두 시즌 만에 29골을 올려 박지성(35ㆍ은퇴)이 갖고 있던 한국인 통산 최다 골(27골) 기록도 넘어섰다. 손흥민의 정규리그 득점은 차 부위원장보다 3골 적지만 분명 한국 축구사를 새롭게 쓴 대기록이다.
차 부위원장은 “유럽축구 빅 리그에서 한 시즌에 21골을 넣었다는 것 대단한 의미가 있다”며 “분위기가 가라앉은 한국 축구에 활기를 불어넣는 한편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국내 축구팬들을 즐겁게 해준 손흥민 후배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흥민이 자신의 통산 기록도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했다.
차 부위원장은 25세였던 1978년 독일 다름슈타트에 입단해 1989년 은퇴할 때까지 13년에 걸쳐 통산 121골을 기록했다. 정규리그에서는 98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정규리그 통산 59골로 차 부위원장의 기록(98골)에 39골 차로 다가서 있다.
차 부위원장은 “손흥민이 부상을 당하지 않고 활약을 이어간다면 내 통산 기록을 깨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잘하고 있으니까 다치지 않도록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차 부위원장은 한국 U-20 대표팀을 응원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지난 20일 기니와 A조 개막전에서 이승우(19ㆍ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백승호(20ㆍ바르셀로나B)가 1골씩 사냥하며 3-0 승리를 이끄는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본 그는 이승우에 대해 “많이 성숙해졌고, 팬들에게 뭔가 기대감을 준다”며 “수비를 벗겨내고 골을 만들어 승부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백승호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체력적으로 많이 좋아졌고, 경기 감각이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젊은 선수들이 첫 경기를 잘했으니 상승세를 살려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 모두 합심해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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