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 높은 사업자에
특허 심사시 감점기준 마련
면세시장 범위 ‘국내 전체’ 땐
롯데 신라 시장점유율 76%
규제 시행하면 불이익 불가피
“고객 비중 80%가 외국인인데
국내 잣대로 업종 특성 간과” 지적도
면세점 특허(특별 허가) 심사 때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독과점 규제가 다시 추진된다.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면세점이 내년부터 줄을 잇는 상황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이미 ‘부결’된 사안을 다시 꺼낸 든 것이어서 논란도 일고 있다.
22일 정치권과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추정 사업자’에 감점을 주는 독과점 규제를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에서 ‘부결’ 판정을 받아 폐기 수순을 밟던 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차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규개위에서 철회 권고가 내려진 만큼 다시 정부 입법으로 하긴 어렵다”며 “그러나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 내용이 정부 방안과 사실상 같은 만큼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과점 규제는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50% 이상,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75%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특허 심사 때 감점을 주는 제도다.
정부는 독과점 규제 시행을 위한 ‘밑그림’도 마련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시장지배적 추정사업자 감점제도 적용기준 연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감점 기준으로 ‘구조적 경쟁 촉진안’(1안)과 ‘시장경쟁의 효과적 촉진안’(2안) 등 2개의 선택지가 제안됐다. 1안은 독과점 사업자의 특허심사 평가총점(1,000점 만점)에서 시장점유율이 70% 이상인 사업자에 60점의 감점을 부여하고, 50~70% 50점, 40~50% 40점 등 구간별로 10점씩 차등한다. 2015~2016년 6차례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선정 최고점수 평균치는 805점으로, 탈락 최고점수(759점)보다 46점 높았다. 1안이 시행되면 ‘당락’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2안은 최고 감점(시장점유율 70% 이상 기준)이 40점으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면세 시장의 범위는 ‘국내 전체’ 또는 ‘지역 단위’로 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할 때는 시장점유율을 산출하기 위해 상품ㆍ지역별로 면세시장 범위를 획정해야 한다. ‘지역 단위’ 안은 면세시장의 범위를 소비자의 면세점 이용실태, 출입국 현황 등을 반영해 권역별로 세분화하는 방안이다. 각 권역별 점유율을 산출해 독과점 사업자를 추정한다. 반면 ‘국내 전체’ 안은 지역ㆍ면세점 유형별 구분 없이 국내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점유율 ‘줄 세우기’를 하는 방안이다.
독과점 규제가 시행되면 롯데와 신라는 불이익을 피하기 힘들다. 면세시장의 범위를 ‘국내 전체’로 채택하면 지난해 기준 롯데(시장점유율 48.7%)와 신라(27.7%)의 점유율 합계가 76.4%로 시장지배적 사업자 요건에 해당한다. 시장 범위를 ‘지역 단위’로 세분화해도 롯데와 신세계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관세청이 면세점 독과점 규제를 재추진하는 것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코드 맞추기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80%가 외국인인 면세점에 대해 국내 시장에 적용하는 독과점 규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업종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 업계를 더 위축시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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