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공백 상태서 효율 극대화
美와 달리 법적 구속력 없어
야권선 “권한 남용” 공세
집권 초기부터 과감한 개혁 행보를 내딛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특징은 대통령 권한인 ‘업무지시’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초유의 정권 인수위원회 공백 상황과 손발을 맞출 내각이 부재한 난관을 업무지시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계속된 업무지시는 야권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22일 ‘6호 업무지시’로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낙점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날인 10일 ‘1호 업무지시’인 국가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 중단 등 잇따른 업무지시를 내렸다. 취임 직후부터 업무지시를 통해 공약 이행 및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용하는 ‘행정명령’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미 대통령은 헌법 권한에 따라 임기 동안 입법 효력을 발휘하는 행정명령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전 사회에 걸쳐 법적 구속력이 생기는 미국의 행정명령과 달리, 한국의 업무지시는 관련 행정부처에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을 갖는다.
행정명령과 업무지시가 비교되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처럼 업무지시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주목도를 높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은 구두, 문서, 순시 등으로 업무지시를 내릴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은 ‘서명식’을 통해 업무지시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렇게 이뤄진 업무지시는 국무총리 훈령인 ‘대통령지시사항 관리지침’에 따라 국무총리실이 관리 점검한다. 아울러 업무를 지시 받은 행정 부처의 장은 업무 추진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향후 추진상황을 점검해 보고할 의무를 갖는다.
청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과도 정부가 사실상 ‘개정 휴업’ 상태에 놓여 대통령 권한인 업무지시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을 뒷받침할 총리, 법무부 장관 등 주요 내각들도 현재 공석인 상태다. 여기에 여소야대 국면으로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입법도 국회 문턱을 통과할지 장담할 수 없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앞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및 국무총리도 취임 1개월 동안 37건의 지시사항을 내리는 등 업무지시 자체는 대통령의 일상적 권한에 해당한다는 게 여권 주장이다.
반면 야권은 대통령 업무지시를 놓고 ‘권한 남용’이라는 공세를 펴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4대강 정책감사에는 환영을 표하면서도 업무지시와 관련 “청와대는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는 기구지 각 정부부처에 업무를 지시하는 상급기관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이뤄진 일들 중 시급히 바로잡아야 하는 부분을 대통령 권한 내에서 우선 처리하는 것”이라며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국회와 적극 협조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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