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ㆍ노태우 이어 세번째
592억원 뇌물죄로 재판에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40년 지기’이자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 최순실(61)씨와 함께 법정 피고인석에 선다. 전직 대통령이 법정 피고인으로 나오는 건 1996년 12·12 쿠데타 및 비자금 혐의로 법정에 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구속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모습으로 법정에 출석할지, 혐의에 대한 인정 여부를 언급할지, 나아가 탄핵까지 이러게 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심경을 토로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10시 417호 대법정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리는 592억여원의 뇌물혐의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 최씨, 신동빈(62)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출석한다. 3월31일 구속 이후 53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일반수감자를 실은 호송차가 아닌 별도 차량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경호 문제 때문이다. 같은 시간 서울남부구치소에서 호송버스를 타고 법원으로 향하는 최씨와는 대법정 내에서 첫 대면을 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 모습은 호송차량에서 내릴 때 처음으로 포착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은 수의 차림이었지만, 미결수의 경우 사복을 입을 수 있게끔 법 개정이 이뤄짐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사복을 입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수갑과 포승에 묶인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사복을 입더라도 수인번호 ‘503’은 가슴에 달고 있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외모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올림머리’를 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볼 수 없다. 구치소 생활을 하는 박 전 대통령은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없고, 머리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머리핀이 구치소 내 반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발을 디딜 때도 그 과정이 언론에 중계된다. 통상 재판 전 과정은 카메라 촬영이 금지돼 있지만 법원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해 대법정에 입장하는 박 전 대통령을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
재판이 시작되면 모든 이목은 박 전 대통령에게 향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재판부가 피고인의 나이와 주거지, 직업을 묻는데 이 때 박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입을 열게 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직업을 ‘전직 대통령’이나 ‘무직’이라 답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무슨 말을 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공범 관계인 최씨는 지난해 첫 재판에서 “이제는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말을 했다. 김 전 실장도 지난 4월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간의 일관된 기조로 보면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여론의 집중 주목을 받는 첫 재판에선 가급적 말을 아낄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등의 혐의 요지와 피고인들의 입장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 뒤
박 전 대통령과 삼성 뇌물수수 사건, 이미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 최씨의 삼성 뇌물수수 사건을 병합해 심리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병합이 결정되면 검찰과 특검이 사실상 한 법정에서 공소유지를 위해 호흡을 맞추게 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