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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동 인권ㆍ민주 언급 없이 “공통 이익”만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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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동 인권ㆍ민주 언급 없이 “공통 이익”만 외쳐

입력
2017.05.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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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권 55개국 정상들과 회담

33분 연설 “테러에 함께 맞서자”

反무슬림 이미지 탈피 노력했지만

기초 인사말도 안해 진전성 한계

이스라엘 도착해 이란 비판

“핵무기 보유 허용하지 않을 것”

도널드 트럼프(앞줄 왼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라지즈 알사우드(왼쪽 세번째) 사우디아라비아 왕이 21일 사우디 리야드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담에서 단체 사진 촬영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앞줄 왼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라지즈 알사우드(왼쪽 세번째) 사우디아라비아 왕이 21일 사우디 리야드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담에서 단체 사진 촬영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 연합뉴스

취임 후 첫 외국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권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에서 극단주의 테러 척결을 위해 적극 협력하자는 뜻을 밝히며 기존 ‘반(反) 무슬림’으로 기울었던 모습을 쇄신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중동 국가들의 인권 탄압 현실과 미국이 수호하는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아 국내외로부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오직 중동 국가들과의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미국이 주요하게 여겨온 민주주의 가치를 내팽개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 아랍ㆍ미국 정상회담’ 기조연설을 통해 이슬람 국가들에 대테러전 공조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권 55개국 지도자가 동석한 자리에서 “대테러전은 다른 믿음이나 종파, 문명 간 싸움이 아니라 선과 악의 싸움”이라며 “인류의 삶을 지워버리려는 야만적인 범죄자와 모든 종교의 이름 속에서 이를 보호하려는 선량한 사람들 간의 싸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로 가는 길은 바로 여기 신성한 땅(중동)에서 시작된다”며 “죄 없는 무슬림과 여성, 유대인, 기독교도를 죽이고 핍박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조직에 함께 맞서자”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단주의와 이슬람 사이의 ‘선긋기’에도 힘을 쏟으며 유화 제스처를 취한 한편, 중동 권위주의 정권의 인권 탄압에 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명확한 노선 전환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33분간 이어진 연설 중 한 차례도 인권 및 민주주의에 관한 단어를 입 밖에 내놓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9년 6월 중동국가 순방 중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 중 관련 단어를 10여차례에 걸쳐 언급한 것과 정반대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미국은 여기(중동)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강연하러 온 게 아니다”라며 “우린 공통된 이익과 가치에 기반을 둔 파트너십을 제공하러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가 출신 대통령답게 전 정권의 중동 정책을 180도 뒤집어, 철저히 경제적 관계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대이란 메시지는 더욱 과격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정조준해 “파괴와 혼돈을 확산하는 무장조직에 돈과 무기,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한 후 “이란이 평화의 동반자로 나올 때까지 양심적인 모든 나라는 이란을 고립하는 데 협력하자”고 주문했다. 특히 이란이 대선에서 친(親)서방ㆍ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연임을 선택한 지 불과 이틀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이란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외국에서 펼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연설은 이슬람권과 미국 양측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터키 정치평론가 무스타파 아크욜은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이슬람이 얼마나 관용 등 유대 기독교와 공통된 가치를 지켜온 위대한 종교인지, 무슬림이 세계와 미국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이슬람권의 기초적 인사말인 ‘앗살라무 알라이쿰(신의 평화가 당신에 깃들길)‘조차 빠뜨려 이슬람을 이해하려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미국 내에서도 단순히 ‘테러와의 전쟁’ 공조 요청에 그친 1차원적 연설이었다는 아쉬움이 쏟아졌다. 공화당 진영의 엘리엇 에이브럼스 전 국무부 차관보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극단주의를 만드는 원천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사라진 연설”이라며 “극단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도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전혀 제안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이어 중동 갈등의 중심지인 이스라엘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방문해서도 이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2일 예루살렘에 있는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 공관을 방문해 “이란은 테러리스트와 무장 조직에 대한 자금과 훈련, 장비 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한 목소리로 이란의 핵 무기 보유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2, 23일 양일간에는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방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과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이ㆍ팔 평화협정 복원 문제를 논의한다. 평화협정 재개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유대인 정착촌 문제 등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중재를 시도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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