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석 경주엑스포 글로벌협력단장과 권혁락 경북도 베트남사무소장 엑스포 성공개최 결의
“호찌민과 경북, 베트남과 한국에 우정의 다리를 놓겠습니다.”
18일 오후 4시 베트남의 경제 수도 호찌민시의 한국인 밀집지역인 푸미흥. 섭씨 33도의 따가운 햇살이 내려쬐는 이 곳의 쌀국수가게에서 8만6,000동(한화 약 4,200원) 짜리 쇠고기쌀국수(퍼보)를 사이에 두고 만난 이영석(50)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글로벌협력단장과 권혁락(51) 경북도 베트남사무소장은 올 11월 호찌민에서 열리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성공 개최를 위한 결의에 차 있었다.
올 초 호찌민 현지로 발령받은 이 단장과 권 소장은 경북과 호찌민 간 업무협조와 조정을 통해 행사 성공과 양 도시, 국가 간 우호를 다지고 있었다. 2월20일 엑스포 공동조직위 총회가 열렸을 때는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호찌민을 다녀갔고, 20일에는 응우옌타인퐁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이 110명의 방문을 이끌고 경주를 방문한 것도 두 사람의 사전조율을 거쳐서였다.
“호찌민시는 엑스포를 경북의 행사로 보지 않습니다. 이미 호찌민시의 대표 행사로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생활 4, 5개월간 호찌민 공무원에 대한 이들의 선입견도 많이 바뀌었다. “호찌민의 외교 관련 공무원과 많이 만나다보니 합리적이고 청렴한 그들의 사고방식과 일처리에 감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이 단장의 평가다.
호찌민 시청 민원실은 오전 7시30분이면 문을 연다. 날씨가 덥다보니 공무원들이 아침 일찍 출근하고 오후 5시30분이면 퇴근하는 시스템인데다 한국과의 시차 2시간 탓에 초기에는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이 크게 다가올 때면 당황스럽기도 했다. 엑스포 행사 장소에 대한 입장 차이가 그 것이었다. 이 단장 등은 11월9일 개막식부터 12월3일 폐막까지 호찌민 인민위원회 앞 광장을 주행사장으로 기획, 추진했다. 개ㆍ폐막식을 광장에서 열기로 합의한 터여서 으레 그럴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호찌민의 생각은 달랐다. “도시 생긴 이래로 행사 당일과 다음날 이틀 정도만 광장을 행사장으로 사용토록 했다”는 호찌민 당국은 다른 장소를 주행사장으로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호찌민 당국은 다른 국가, 도시와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버텼다. “한국과 베트남 수교 25주년에 맞춰 엑스포 기간도 25일로 정했으니 시청 앞 광장에서 모든 행사를 치르자”는 이 단장의 설득에 요지부동이던 호찌민 당국이 움직였다. 결국 양 측이 모두 한 발씩 양보, 시청 앞 광장에서는 호찌민 생기고 가장 오랜 11일간 엑스포 행사로 채워지게 됐다.
호찌민 현지를 엑스포 열기로 달구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6일 호찌민시 벤탄극장에서 열린 ‘K-POP 커버댄스 인 호찌민’에서는 본선에 진출한 16개 팀이 K-POP 가수의 춤을 재현, 한류팬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우리나라 여성 아이돌을 모방한 베트남 남성팀이 여성 옷을 입고 동작까지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 단장의 말에 권 소장이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권 소장은 문화엑스포가 경제엑스포로 이어지게 하는 중책을 맡고 베트남 1호 투자통상주재관으로 파견됐다. 이달 말이면 정식으로 호찌민 사무소도 문을 연다. “오래 전부터 신발과 섬유, 피혁 부문에서 베트남으로 많이 진출한 부산과 경남에 비하면 경북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권 소장은 엑스포 기간 중 화장품과 농산품 등 우수상품 전시회를 통해 교두보를 확보할 계획이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은 ‘문화교류를 통한 아시아 공동번영’을 주제로 11월9일∼12월3일 25일간 호찌민에서 열린다.
호찌민(베트남)=글ㆍ사진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