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겟 아웃'(17일 개봉)은 보기 전, 후 느끼는 감흥이 전혀 다른 영화다. 관람 전 단순히 인종차별과 백인 우월주의를 다룬 스릴러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종차별을 소재로 한 것은 맞지만, 이를 주도한 백인들의 심리와 인종 화합을 주장한 미국사회의 모순적인 면까지 담아내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영화는 흑인 남자 크리스(다니엘 칼루야)가 백인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암스)의 집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기묘하고 섬뜩한 일을 그렸다. 공포영화의 명가로 불리는 블룸하우스가 제작했다. '인시디어스' 시리즈와 '위플래쉬'를 만들며 관객에게 인정받은 제작사다.
'겟 아웃'은 첫 장면부터 섬뜩하다. 인적 드문 백인 중산층 주택가를 걸어가는 한 흑인 남성이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무 잘못도 없이 사냥 당한 짐승처럼 질질 끌려가는 흑인 남성의 모습에서 이 영화의 함축된 메시지를 알 수 있다.
한편 여자친구 집으로 향하는 크리스는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그러던 중 로즈는 운전하다 그만 사슴을 친다. 사슴의 상태를 확인하러 간 크리스는 사슴의 쓸쓸한 눈빛에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이는 영화의 중요한 복선이기도 하다. 어렵사리 여자친구의 집에 도착하는데, 이상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오바마를 좋아한다"고 강조하며 흑인을 찬양하는 듯한 로즈의 아버지와 친절한 듯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어머니, 그리고 술에 취한 채 시비를 거는 로즈의 동생까지. 게다가 유일한 집안의 흑인인 관리인과 가정부의 이상한 눈빛과 말투는 크리스를 묘한 긴장감에 빠트린다. 최면술이 주특기인 로즈의 어머니는 그날 밤 크리스를 불러 최면을 걸고, 크리스는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아픈 가정사를 털어놓게 된다.
크리스의 수난시대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갑자기 열린 파티에서 백인들에게 둘러싸여 '동물원 원숭이'같은 신세가 된다. 크리스를 향한 백인들의 관심은 끝이 없고, "정말 그것도 잘하냐"며 무례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사각지대에 갇힌 크리스와 집이라는 국한된 장소가 주는 공포감이 교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크리스의 관점대로 백인과 흑인을 구분 짓게 되는데 이는 '우리는 흑인을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극중 백인들의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으로 시작한 폭력성은 점점 심각해진다. 크리스를 잡으며 '포획'이라는 단어를 쓰는 백인들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신들의 결함을 채우기 위해 흑인들을 이용하는 백인들의 행동은 혐오스럽다. 자신보다 신체적 조건이 좋은 흑인을 선망, 혹은 욕망 충족의 대상으로 여기는 노골적인 눈빛이 단면적인 예다.
상상 이상으로 기괴한 장면들 역시 관객을 충격에 빠뜨리는 요소로 작용된다. 마치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한니발'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들도 있다. 극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잔인함과 폭력성은 최고조에 이르는데, 오락적인 연출 탓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결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영화의 곳곳에 깔린 복선과 상징들을 곱씹어 볼수록 재미는 두 배가 된다. 러닝타임 104분. 15세 관람가.
사진='겟 아웃' 스틸 및 포스터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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