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팀 라인업 특징과 전망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팀 수장으로 지명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21일 “지금은 통화정책(기준금리 조정)보다는 재정정책(정부 지출 확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앞으로 ‘사람중심 경제’와 ‘소득주도 성장’(가계 가처분 소득을 늘려 경제활성화를 꾀하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재정을 적극 투입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김동연, “청년실업, 추경 요건 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예컨대 일자리를 확충한다면 어떻게 해야 경제 활력을 지속적으로 불어넣을 수 있을지, 성장 잠재력까지 키울 수 있을 지 내실 있는 정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 중심 일자리 창출과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단기적으로는 위기관리, 일자리, 경제활성화에 힘쓰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체제 및 구조 개선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당장 올해부터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경기 상황이 괜찮아 법적 추경 편성 요건이 안 된다는 지적에는 “청년실업률이 두 자릿수까지 치솟는 등 고용사정이 비상한 상황”이라며 “추경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확장재정에 뒤따르는 재원 마련을 위해 필요한 증세 문제에서는 “실효세율을 높일 방안을 찾은 뒤 신중히 접근하겠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날 김 후보자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지명되면서 문재인 정부 첫 경제팀의 큰 틀은 완성됐다. 이들은 17일 지명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곧 발표될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함께 문 대통령의 경제구상인 ‘제이(J)노믹스’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제이노믹스 개혁정책, 관료 추진력으로 뒷받침
경제팀 라인업을 보면 제이노믹스는 상당히 개혁적인 방향으로 추진하되, 세밀하면서도 강력한 관료의 리더십을 통해 뒷받침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머리’ 역할은 장 실장과 김 부의장의 몫이다. 특히 장 실장은 문재인정부 경제 정책의 개혁성을 보여주는 핵심이다. 오랜 기간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하고 기업의 지배구조개편을 강조한 장 실장은 문재인정부 경제 정책을 사람 중심으로 이동시킬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이날 장 실장을 지명하며 “재벌ㆍ대기업 중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ㆍ중소기업 중심으로 정책을 변화시킬 최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장 실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가 방향을 잃어 새 틀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그릇이 사람 중심 경제”라며 “보다 함께 잘 사는 구조를 만들려면 기업 생태계가 균형을 잡아야 하고 새로운 강자와 성공적 개혁, 새 중소기업의 성공 신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 인선으로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 역시 한층 힘을 받게 됐다. 장 실장은 최근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한국의 불평등은 재산이 아닌 소득의 불평등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가계가 노동소득으로 가질 몫을 기업이 챙기고, 중소기업에 돌아갈 이익을 재벌ㆍ대기업이 차지하는 현실이 불평등을 낳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경제ㆍ사회 정책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역할은 김 부의장이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의장은 보수 성향이지만 경제 구조의 불합리성을 고치기 위한 개혁에 상당한 공감을 표시해 왔다.
김동연 후보자가 예전 노무현정부의 중장기 계획 ‘국가비전 2030’ 마련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도 경제팀의 향후 행보를 짐작하게 한다. 국가비전 2030은 2030년까지 ▦삶의 질 세계 10위 ▦복지재정 비중 예산의 40%(2005년 25%) ▦육아비용 부모 부담 37%로 축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자연히 국가의 복지 역할 증대가 강조될 것으로 점쳐진다. 예산 전문가인 김 후보자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 재정 투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최일선에서 이끌 전망이다. 임기 초반부터 각종 고용방안 및 경기 활성화 대책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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