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 어려운 고체 연료 가능성
文 정부 대북정책 시험용 분석도
북한이 21일 쏜 탄도미사일이 500km를 비행한 것으로 확인돼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또 한차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사전 탐지가 어려운 고체 연료 사용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돼 북한의 미사일 다종화 전략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고도 560km까지 상승해 500km를 비행했다. 북한이 14일 발사해 최대 고도 2,000km를 상승한 뒤 700km를 날아간 ‘화성-12형(KN-1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안정적인 중거리급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군 당국은 일단 이 미사일이 지난 2월 발사에 성공한 북극성-2형일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수중에서 발사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1형을 육상용으로 계량한 북극성 2형은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연료 주입 시간이 긴 액체연료 미사일과는 달리 미사일발사대에 미리 탑재하고 언제든 쏠 수 있어 사전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북한은 지난달 29일에도 북창 일대에서 북동 방향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나 공중에서 폭발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또 다른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을 북창 일대에서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미사일 다종화 집착은 미국과의 북핵미사일 협상에 앞서 당분간 몸값을 최대치로 올리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정권 초기 대북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북한 정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핵개발 관련 실험 중단을 전제로 한 대화 가능성을 제안하는 등 북미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이 같은 북핵 협상 국면을 예상하고 자신들의 핵미사일 역량을 한껏 과시해 협상 대가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갖고 막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시험하기 위한 제스처로도 해석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기조에 합류할 것이냐, 독자적인 관계개선을 택할 것이냐의 선택지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다종화가 성과를 내고 있는 단계라면 북한으로서는 레드라인(ICBM 개발 완성)을 넘지 않는 선에서 당장은 대화에 응하기 보다는 미사일 역량을 끌어올리는 쪽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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