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과 통합을 특징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 인사의 또 다른 축은 ‘참여정부 2기’다. 참여 정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본 인물들이 새 정부 주요 직책을 줄줄이 꿰찼기 때문이다. 정권 인수위 없는 초유의 상황에서 능력과 배경이 검증된 인물로 정부 출범을 연착륙시키면서 참여정부의 국정철학과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1일 신임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지명하며 참여정부 주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 후보자는 참여정부 때인 2006년 노무현 정부의 장기 사회ㆍ경제 목표인 ‘국가비전 2030’ 보고서 작성에 핵심 역할을 했다. 문 대통이 이날 통일ㆍ외교ㆍ안보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햇볕정책을 설계한 ‘외교 멘토’ 출신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임종석 비서실장은 노무현 대선캠프 국민참여운동본부 사무총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도 참여정부에서 노무현표 부동산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렸다. 조현옥 인사수석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도 참여정부에서 근무했다. 국정상황실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윤건영 문재인 대선캠프 상황실부실장은 참여정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인수위 없는 초유의 상황에서 안정적 정권 출범을 위해 문 대통령이 손발을 맞춰본 참여정부 인력풀 이용은 불가피하다는 게 내부 목소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은 민주정부 3기에서 민주 진영 인사들이 인선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그 과정에 (참여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책도 일부 연속성 있게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의 시행착오를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기자실을 폐쇄하는 등 언론과 불화하며 국정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새 청와대 참모들은 적극적으로 언론과 소통하며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게 대표적인 차이다.
또 참여정부가 ‘친(親)노 계파패권주의’라는 비판을 받은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른바 ‘3철’(양정철ㆍ이호철ㆍ전해철)은 자발적으로 청와대 입성을 포기하며 ‘친문 패권주의’라는 부담을 덜어줬다. 참여정부에서 사회정책비서관 등을 지낸 김수현 수석은 14일 청와대에서 취재진을 만나 “노무현 정부 당시는 '이쪽' 진영의 인적 자원이 성숙하기 전이었지만, 10여년 간 현장에서 절치부심하고 정부를 운영할 능력을 높였다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