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 룰 개정 이후 축구에 가장 큰 혁명이 불어 닥칠 것 같다.”
최영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은 비디오판독 시스템(VAR)이 가져올 변화가 엄청날 거라 전망했다. 20일 막을 올린 U-20 월드컵의 최대 화제는 비디오판독이었다.
한국은 기니전에서 전반 막판 조영욱(18ㆍ고려대)이 그림 같은 추가골을 넣었지만 비디오판독으로 취소됐다. 이승우(19ㆍ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조영욱에게 마지막 패스를 할 때 라인을 벗어났다는 이유였다. 떠들썩한 세리모니까지 펼친 선수들은 맥이 빠졌다. 이에 앞서 아르헨티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는 잉글랜드전에서 주심 몰래 상대를 팔꿈치로 가격했다가 비디오판독에 딱 걸려 퇴장 당했다. 21일 D조 경기에서도 주심이 놓쳤던 이탈리아의 반칙을 비디오부심이 지적해 우루과이에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이를 성공하지 못했다. 최영준 부위원장은 “단순히 오심 하나를 바로잡는 게 아니라 비디오판독이 경기결과를 뒤집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작년 12월 클럽월드컵 때 시범 도입한 비디오판독을 이번 대회에서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매 경기 심판 4명(주심1, 부심2, 대기심1) 외에 비디오부심 2명이 배정된다. 마시모 부사카 FIFA 심판위원장은 19일 브리핑에서 “비디오부심들은 주심 못지않은 베테랑 심판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주심은 경기 중 무선 헤드셋을 통해 비디오부심에게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비디오부심이 먼저 주심에게 제안해도 되지만 받아들일 지 여부는 주심 몫이다. 비디오부심이 판독실에서 영상을 전송하면 주심은 그라운드 옆에 설치된 ‘심판 검토 구역’으로 가서 직접 볼 수 있다. 직접 보지 않고, 비디오부심 의견만 듣고 결정해도 된다. 한국-기니전 주심은 영상을 안 봤고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 주심은 직접 보고 판단했다. 득점, 페널티킥, 퇴장 그리고 중대한 파울을 범한 선수를 확인할 때 등 4가지 요소만 비디오판독 대상이다.
FIFA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시간 단축이다. 다른 종목은 이미 비디오판독을 시행 중인데 축구에만 늦게 들여온 배경이다. 요하네스 홀츠뮬러 FIFA 축구기술혁신위원장은 “아주 드물게 2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몇 십 초 내외로 끝난다”고 했다. 대회 첫 날 나온 두 번의 비디오판독 모두 1분 남짓 걸렸다. 경기 흐름에 크게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FIFA는 비디오판독을 위해 ‘매의 눈’이라 불리는 호크아이 기술을 들여왔다. 경기장 곳곳에 최소 12대의 카메라가 설치된다. 홀츠뮬러 위원장은 “비디오 판독이 놓치거나 오류를 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숙한 부분이 몇 가지 노출됐다.
한국-기니전에서는 주심이 비디오판독으로 골을 취소하고 경기가 재개됐는데도 전광판에 ‘비디오 판독중’이라는 화면이 떠 관중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전광판 담당 스태프의 조작 실수”라고 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전광판 화면에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하는 모습이 리플레이로 비춰졌지만 한국전은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득점이 취소된 사유를 놓고 이승우가 볼을 잡을 때 오프사이드였는지, 패스를 할 때 라인 아웃인지를 놓고 확인하는 소동이 있었다. 조직위 관계자는 “전광판에는 ‘비디오 판독중’이라는 것만 알릴 뿐, 재심 내용을 리플레이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 FIFA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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