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엔 “줄서기 그만” 신호
정책ㆍ금융 쪽 중용 관례 벗어나
예산 전문 김동연, 부총리 발탁
靑 참모엔 개혁ㆍ안정 안배
대표적 재야 경제학자 장하성과
보수성향 김광두도 한 배 올라
문재인 대통령의 21일 내각 및 청와대 주요 참모진 인선은 통념을 벗어난 파격이란 평가가 많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탕평과 전문성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또 경제와 외교ㆍ안보라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에 대해선 안정과 개혁을 아우르면서 해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관점이 반영돼 있다.
통상 정통 엘리트 출신의 고위 관료와 학자들이 내각에 발탁됐던 것과는 달리 이날 발표된 인사들은 성장 배경과 경력 등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성별이나 출신에 관계 없이 능력만 인정 받는다면 등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학연과 지연 등에 줄을 서는 관료사회의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경제 관료 중 대표적인 입지전적 인물이다. 청계천 판잣집에 살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상고를 다니던 17살에 은행에 취직해 야간대학을 다니며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합격한 케이스다. 주로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에서 근무한 예산통이란 점도 경제 정책과 금융 쪽 인사들이 중용돼 온 관례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재정ㆍ기획ㆍ금융 등의 업무를 총괄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는 등 전 부처의 업무에 밝다는 점이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국회 인사청문을 통과하면 ‘유리 천장’을 뚫고 사상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 된다. 출범 초기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등용하겠다는 문 대통령 공약의 연장선 상에 있는 발탁이지만, 여성에다 외무고시 출신이 아니란 약점에도 외교부에서 두 번째로 여성 국장에 올랐고,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실력파다.
청와대 참모진은 개혁과 안정을 안배한 인선이 특징이다. 장하성 신임 정책실장은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운동 등 재벌개혁을 주장해 온 대표적인 재야 경제학자다. 장 정책실장은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 캠프의 국민정책 본부장을 맡는 등 문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이 없다는 점에서도 일종의 탕평 인사로 볼 수 있다. 장 정책실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와 함께 현 정부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경제교사’로 알려진 대표적 보수 경제학자다. 이번 대선에선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합류, 문 대통령의 경제공약인 ‘제이(J)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부의장에 대해 “저와 다소 다른 시각에서 정치ㆍ경제를 바라보던 분이지만 경제 문제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잡아야 한다”고 밝혀 개혁과 안정이란 두 축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할 뜻을 시사했다.
외교ㆍ안보 라인에도 정통 외교관 출신 정의용 전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하고, 학계 출신 문정인 연세대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언론인 출신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각각 대통령 통일ㆍ외교ㆍ안보 특보에 배치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군 출신 인사들이 국가안보실장을 독점했던 것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ㆍ안보 정책 기조가 외교 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한반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북한은 물론 주변 4강을 상대로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실용 외교’로 북한 핵 포기를 이끌어야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포함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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