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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과 바르샤 듀오...세 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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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과 바르샤 듀오...세 남자 이야기

입력
2017.05.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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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이 20일 기니와 U-20 개막전에서 3-0완승을 거둔 뒤 관중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한국 선수들이 20일 기니와 U-20 개막전에서 3-0완승을 거둔 뒤 관중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20일 밤 늦은 시간, 평소 축구에 큰 관심 없던 몇몇 지인들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와~, 진짜 잘하네’ ‘정말 4강 가는 거 아냐?’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대표팀이 남긴 임팩트는 지인들의 표현처럼 강렬했다. 한국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개막전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기니를 3-0으로 완파했다. 성인대표팀의 연이은 졸전에 답답해하던 축구 팬들의 체증을 속 시원하게 뚫어줬다. 이승우는 전반에 벼락같은 선제 결승골을 포함해 1골 1도움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임민혁과 백승호가 후반에 1골씩 보탰다. 만원 관중(4만1,000석)에 조금 못 미치는 3만7,000 여명이 들어찬 경기장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가 있는 ‘죽음의 조’에서 겨우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하지만 ‘사이다’ 같은 승리를 이끈 신태용호의 세 남자 이야기는 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임기응변 빛난 신태용 리더십

사령탑이 팔색조 전술을 준비해도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구현하지 못하면 도루묵이다. 신태용 감독은 기니전 때 초반에 상대가 롱 킥으로 뒷공간을 노릴 것으로 예상해 전반 10분 동안 전체 라인을 수비 쪽으로 내려 탐색전을 펼치라고 했다. 하지만 기니의 움직임이 심상찮았다. 중원을 장악한 기니는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로 한국을 위협했다. 신 감독은 전반 5분 만에 평소처럼 강한 압박을 주문했다. 선수들을 원위치 시켜 위기를 탈출했다. 이런 지시가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맞아 들어갔다. 선수들이 감독의 의도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 전주=연합뉴스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 전주=연합뉴스

신 감독은 평소 거침없고 유쾌하고 솔직 담백하다. 때로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닌가 우려가 들 정도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스타일이 조금 바뀌었다. 웃음기는 사라졌고 말투는 차분해졌다. 기니를 대파하고도 “기쁨은 딱 오늘까지”라고 선을 그었다. 분위기에 쉽게 취하는 어린 선수들을 다잡기 위해 자신이 먼저 중심을 잡겠다는 생각이다.

이승우가 헤어밴드를 착용한 까닭은

‘이런 선수가 또 있을까.’ 경기를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승우는 스타다. 그의 헤어 밴드, 염색 하나 하나에 언론이 관심을 보인다. 이승우는 지난 15일 외출 때 머리 왼쪽 옆에 ‘SW’, 오른쪽 옆에 ‘V(빅토리)’란 이니셜을 새겼다. 그 동안 헤어 밴드로 철저히 감췄다가 경기 당일 깜짝 공개했다. SW는 자신의 이름과 수원을 딴 약자다. 여섯 번 이기겠다는(Six Win) 뜻도 있다. 한국이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 8강, 4강까지 6번을 승리하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결승으로 간다. 그는 “헤어 디자이너 분과 오래 상의한 결과다”라며 싱긋 웃었다.

이승우가 머리 양 옆에 새긴 ‘SW’와 V. 전주=연합뉴스
이승우가 머리 양 옆에 새긴 ‘SW’와 V. 전주=연합뉴스
선제골을 넣은 이승우의 어퍼컷 세리머니. 전주=연합뉴스
선제골을 넣은 이승우의 어퍼컷 세리머니. 전주=연합뉴스

이렇게 톡톡 튀는데 실력이 기대 이하라면? 뭇매를 버는 행위다. 이승우는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한국이 기니에 고전하던 전반 14분 왼쪽 돌파로 활로를 열었고 2분 뒤에는 화려한 턴으로 수비를 벗겨냈다. 전반 36분 중앙에서 상대수비 4~5명 사이를 뚫고 들어가 오른발 슈팅으로 기어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기니에 밀려 고전하던 한국 선수들 눈빛이 달라졌다. 기니의 왼쪽 공격수 쥘스 케이타를 막느라 가쁜 숨을 몰아 쉬던 수비수 이유현도 거침없는 태클과 가로채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 명의 선수가 경기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승우는 후반에도 예리한 킬 패스로 임민혁의 추가골을 도왔다. 적장인 만주 디알로(54) 감독은 “한국의 10번(이승우)이 그라운드 30m 반경을 완전히 장악했다. 대단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단 버스에 올라타는 이승우를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은 스타디움 밖에서 진을 쳤다. 당분간 한국 축구는 ‘이승우 앓이’ 모드다.

초등학교 때로 되돌아간 듯한 백승호

백승호는 서울 대동초등학교 때 전국을 호령했다. 그를 빼놓고 초등 축구를 논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때의 기억을 살리고 싶었을까. 백승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등 번호 14번을 요청했다. 대동초 시절 그 번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B(2군)에서 경기를 많이 못 뛰어 뚝 떨어진 체력을 키우기 위해 3월부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독하게 개인 훈련을 소화해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렸다.

백승호의 하트 세리머니. 전주=연합뉴스
백승호의 하트 세리머니. 전주=연합뉴스

그는 기니전에서 정태욱의 헤딩 패스를 받아 골키퍼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그물을 갈라 상대 추격 의지를 완전히 잠재웠다. 경기 후 “이렇게 완벽한 경기를 해 본 적 있냐”고 묻자 그는 “초등학교 때 해 봤죠”라고 미소 지었다. 백승호는 자신의 축구 인생에 가장 화려한 시절이었던 초등학교 때로 돌아가 있는 듯하다.

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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