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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열린 사회와 SNS

입력
2017.05.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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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는 졸지에 언론과의 전쟁터가 됐다. 일부 기자들이 SNS에서 문재인 대통령 관련 기사의 표현과 보도행태에 불만을 제기한 네티즌들을 향해 ‘개떼’라는 표현을 써가며 ‘붙어보자’고 도발하면서 일이 커졌다. 구독 중단 등으로 사태가 확산되자 해당 기자들은 물론이고 소속 언론사까지 나서서 사과문을 인터넷에 올렸지만 쉽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일들을 보면 아직도 많은 언론인들이 SNS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SNS의 성격을 혼동하는 것 같다. SNS는 일기장 같은 사적 공간이면서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게시판처럼 공적 공간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이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이 싫고 기록을 위한 사적 공간으로만 활용하고 싶다면 비공개나 특정인만 볼 수 있게 설정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소통을 전제로 한 열린 공간, 즉 공적 공간이 된다.

이런 구분 없이 개인의 생각을 스스럼 없이 SNS에 올리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중들은 특히 언론인, 공직자들이 올리는 글에 대해 사견이라고 밝혀도 소속 기관 또는 언론사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 있다.

발 빠르게 SNS 활용 준칙을 만든 해외 언론사나 기업, 공공기관 등이 가장 강조하는 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로이터는 2011년에 기자들을 위한 SNS 가이드인 ‘저널리즘 핸드북’을 만들면서 ‘SNS에 기자들이 사적 의견이라고 밝혀도 로이터의 공식 의견으로 오해할 수 있으니 신중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로이터는 기자들에게 SNS에서 철저한 중립성을 유지하고 댓글 등에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국내 일부 언론들도 SNS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서 ‘개인의 의견이 소속사 의견으로 비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언론사들이 SNS 활용 준칙을 만드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이는 다른 언론사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이런 준칙이 없는 상태에서 기자들의 SNS 활동이 문제가 되면 소속 언론사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사실 준칙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약속이자 에티켓이다. SNS라는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만큼 여기 필요한 예의범절을 지키자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면 소속을 생각해 되도록 말을 조심하고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모욕적 언사나 욕설을 삼가는 것처럼 상대를 배려하면 된다. SNS에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필요 이상으로 용감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이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한 짓이다.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저항 의식을 키우는 불온서적이라는 이유로 읽기를 금지한 금서 목록 중에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 있었다. 황당하게도 이 책은 마르크스와 헤겔 등 좌파 지식인들의 주장이 닫힌 사회인 전체주의를 지향한다고 비판한 내용이었는데도 금서였다. 공격을 위해 소개한 내용조차 용납하지 못한 군사정권의 경직된 사고 방식이 낳은 코미디였다.

칼 포퍼가 비판의 칼날을 겨눈 대상을 떠나서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SNS 같은 열린 공간일수록 유효하다. 그가 강조한 열린 사회는 절대성이 아닌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수용성이 보장된 공간이다. 무결점의 절대 진리가 아니라 내가 틀릴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의견이 옳을 수 있다는 배려를 전제로 한 공간이 곧 열린 사회다.

이는 곧 활용 준칙이 없더라도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SNS에서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누구나 지켜야 할 원칙이며 에티켓이다. 그렇지 못할 때 SNS 활동은 오히려 독이 되고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 SNS 활용 준칙을 만든다면 이런 정신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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