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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와 미국의 특별검사(2) – 미국의 특별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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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와 미국의 특별검사(2) – 미국의 특별검사

입력
2017.05.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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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별검사 역사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한 아치발드 콕스(가운데) 특별검사.
미국 특별검사 역사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한 아치발드 콕스(가운데) 특별검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 러시아 유착 및 연방수사국(FBI) 수사 방해 의혹을 전담할 인물로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이 임명됐다. 한국에서는 뮬러 전 국장이 맡게 될 직책을 ‘특별검사’(Special Prosecutor)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용어는 특별변호사(Special Counsel)다.

미국에서는 검찰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권력자와 관련된 의혹은 오래 전부터 특별검사를 지정해 수사하는 관행이 정착되어 왔다. 그러나 특별검사법이 별도로 제정되어 있는 건 아니고, 연방 법무부 장관 결정으로 이뤄져 왔다.

미국의 첫 특별검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대 대통령인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이 개인비서의 탈세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한 게 최초다. 이후 대통령 및 그와 연관된 고위 관리 등이 연루된 의혹이 발생하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나 기소하는 관습이 이어져오고 있다. 요컨대 특별검사는 권력층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위한 것이다. 대통령 측근 같은 고위 공직자들이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장관이 수사를 하면 ‘이익의 충돌’의 발생하는 만큼 사전에 그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무장관 권한을 특별검사에게 위임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특별검사제도의 근본 취지다.

관습법상 내려오던 특별검사제도는 한때 미국 성문법에 명시되기도 했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계기였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재선을 노리던 리처드 닉슨(공화당) 대통령측이 워싱턴 D.C.에 있는 워터게이트 호텔에 꾸려진 민주당 선거운동본부에 불법 침입한 사건이다.

의혹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법무장관이 당시 하버드 법대 교수이던 아치발드 콕스를 특별검사로 임명, 수사를 맡겼다. 그런데 콕스 특별검사가 비밀 녹음테이프의 존재를 알아내고, 닉슨 대통령에게 테이프 제출을 요구하다 오히려 해임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엘리옷 리처드슨 법무장관은 대통령 해임 요구를 거부하고 사임했고, 이어 법무차관까지 사임했다. 결국 콕스 특별검사의 해임은 법무부 부차관이 맡았는데, 이를 계기로 특별검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별도 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때마침 집권한 지미 카터 정권은 특별검사 신분을 보장하는 관련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1978년 미국 공직자윤리법(Ethics in Government Act)에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이 특별법은 이전까지 특별검사(Special Prosecutor)라고 부르던 직명을 외부 간섭을 받지 않는 법조인이란 뜻의 독립변호사(Independent Counsel)로 변경했다. 3년 한시법으로 제정돼 3년 단위로 연장되어 오던 이 법은 1999년 폐지됐고, 관련 절차는 법무부 내부규정으로 남게 됐다. 현재 법무부 규정에는 독립변호사가 아닌 ‘특별변호사’로 명시되어 있다.

특별검사라는 이름 대신 독립변호사 혹은 특별변호사라는 이름이 붙게 된 이유는 특별검사 혹은 독립변호사가 조사ㆍ수사한 사건은 반드시 기소돼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한 조치다. 공정한 수사로 의혹을 밝히는 것일뿐 대상자는 반드시 기소되고 처벌된다는 잠재적 인식을 사전에 막고, 대상자들을 여론의 일방적 비판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의도인 것이다.

그렇다면 특별검사는 누가 임명할까. 1999년 폐지된 ‘공직자윤리법’은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소속 판사 3명이 뽑도록 규정했으나, 폐지된 뒤에는 다시 연방 법무장관이 갖고 있다. 대통령이나 행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법무장관이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는데, 이때 특별검사는 연방검찰청이나 법무부 소속이 아닌 외부 출신이어야 한다. 이번에 뮬러 전 FBI국장을 법무부 차관이 임명한 것은 제프 세션스 장관이 러시아 수사에 대해 스스로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특별검사 임명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법무부 장관에게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지난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의혹 진상규명을 명목으로 공화당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특별검사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게 대표적이다. 결국 특별검사 임명 여부는 언론과 일반 여론이 얼마나 관련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의 특별검사 지정에 대해, 주류언론의 편향된 보도에 따른 마녀사냥이라고 항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무장관은 대통령이나 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가 가벼운 죄가 아니라 연방 형벌 법규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기 전에, 먼저 충분한 정보를 입수한 후 예비조사를 개시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정보가 구체적이지 않고 믿을만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특별검사는 임명할 필요가 없다. 통상 예비조사 기간은 90일 정도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다. 법무장관은 특별검사를 임명뿐만 아니라 해임도 할 수 있다. 또 특별검사는 법무장관에게 수사 과정, 기소 여부 등에 대해 통지할 의무가 있다.

특별검사의 활동기간은 별도로 정해진 게 없다. ‘수사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면 종료된다’는 규정이 유일하다. 다만 이 경우도 추가 수사, 혹은 수사 종료에 대한 여론의 향배가 중요하다. 한편 미국 일부에서는 특별검사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돈은 엄청나게 들어가는 반면 별 효과도 없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킨다는 지적이다. 대표 사례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리 관련 수사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화이트워터’ 부동산 투자비리 의혹을 수사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 부동산 투자의혹 대신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밝혀내 탄핵표결까지 이끌었으나 의회에서 거부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화이트워터’ 부동산 투자비리 의혹을 수사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 부동산 투자의혹 대신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밝혀내 탄핵표결까지 이끌었으나 의회에서 거부됐다.

1994년 클린턴 대통령 부부의 부동산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가 임명됐다. 스타 검사는 특별검사 가운데서는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당초 특별검사로 임명됐을 때는 부동산 거래의혹에 대한 비리 조사가 핵심이었지만, 이후 계속 수사를 연장하면서 클린턴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걸 뒤졌다. 결국 대통령의 성추문, 즉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져 나왔다. 클린턴 대통령은 탄핵위기까지 몰렸지만, 의회에서 부결됐다. 스타 검사는 5년 넘게 4,000만달러가 넘는 거액을 수사비로 썼다는 점과 성추문이 세상에 낱낱이 드러나면서 클린턴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국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들어야 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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