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사시 수석은 13회 이영애 변호사
여미숙, 연수원 21기서 첫 여성 수석 졸업
합격자 수 줄어드는데 여성 수석은 증가
우리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여성 강세현상은 법조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외교관 합격자의 70.7%가 여성인 걸 감안하면, 대략 40%대인 사법시험 여성 합격비율은 아주 높은 편이 아니지만 그간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던 법조계 구성에 변화를 불러온 건 사실이다.
역대 사법시험 수석 합격자 58명 중 여성은 15명, 역대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자 46명 가운데 여성은 8명이다. 특히 최근 20년간 기록만 따지면 여성 사법시험 수석 합격자는 10명에 달한다. 근래 들수록 여풍이 강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58차례의 사법시험에서 여성이 처음으로 수석 합격의 영광을 거머쥔 것은 1971년 13회 시험이다. 주인공은 이영애 변호사. 이 변호사는 73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2004년 춘천지법원장을 지냈다. 2008년에는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6년간 여성 수석 합격자가 나오지 않다가 87년 29회 사법시험에서 김소영 대법관이 수석에 이름을 올렸다. 2년 뒤인 31회 사법시험에서는 지난달 임명된 이선애 헌법재판관이 최고 득점의 영광을 누렸다.
이어 여성 수석합격자가 다수 배출됐다. 33회 시험에서는 김은미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이, 37회 시험에서는 정계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40회 시험에서는 정진아 사법연수원 교수가 수석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이후 치러진 18차례 사법시험에서는 여성 수석합격자가 9명이나 탄생했다.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자들 가운데에서도 여풍은 두드러졌다. 여미숙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사법연수원 21기를 수석으로 졸업하며 사법연수원 설립 20년 만에 첫 여성 수석졸업자 타이틀을 따냈다. 여 판사의 뒤를 이어 조원경 부산지법 서부지원 판사가 사법연수원 31기 중 수석 졸업한 뒤 서울지법 예비판사로 임용돼 현재까지 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이듬해 수석 졸업자인 최계영 서울대 법대 교수는 2003년 서울지법 예비판사로 첫 걸음을 내디뎠고, 4년 뒤인 2007년 서울대로 자리를 옮겼다. 34기 이지영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와 37기 이경민 안양지원 판사, 38기 정현희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는 모두 판사로 임용돼 현재까지 법원에 재직 중이다. 40기 수석인 강인혜 전주지법 남원지원 판사와 허문희 춘천지법 판사도 각각 2009년과 2011년에 판사로 임용돼 근무하고 있다.
여성이 사법시험 수석 합격과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을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으로 올수록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여성 선도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사법시험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되면서 최종 합격자 수는 점차 줄었지만, 여성 수석 합격자는 더 많아졌다. 법무부는 2009년까지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선을 유지하다가 2010년 800명, 2011년 700명, 2012년 500명, 2013년 300명 등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2014년에는 200명, 2015년 150명, 지난해 100명대로 줄였고, 올해는 5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사법시험 여성 합격비율은 2010년 40%대를 처음 돌파(41.7%)한 뒤, 2012년 41.7%, 2013년 40.2% 등을 기록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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