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검찰이 위키리크스 창시자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수배를 해제하고 수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마리안느 니 스웨덴 검찰국장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줄리언 어산지의 스웨덴 여성 성추행 혐의 조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니 국장은 스톡홀름 지방법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수사를 계속할 수 있는 모든 전망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어산지가 없는 상태에서 그에 대한 수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없다”고 수배를 해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어산지는 2010년 8월 스웨덴 방문 중 만난 두 여성을 강간하고 성적 비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일단 무혐의로 풀려났다가 그 해 11월 조사가 재개되면서 수배 상태에 놓였다. 당시 영국 런던에 있던 어산지는 2년 간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은 끝에 최종심에서 스웨덴으로 추방이 결정됐으나, 2012년 6월 19일 주영 에콰도르대사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고 현재까지 머물고 있다. 그는 자신이 스웨덴으로 추방될 경우 다시 미국으로 추방돼 정치범으로 재판을 받고 최악의 경우 사형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검찰의 성명은 어산지가 영국 경찰에 체포되더라도 더 이상 스웨덴으로 추방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스웨덴에서 유럽수배영장(EAW)의 기한 연장을 포기한 것일 뿐이다. 만약 어산지가 성폭행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2020년 이전 스웨덴을 방문할 경우 수사는 재개된다. 니 국장은 “이번 결정은 어산지의 유ㆍ무죄 여부와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또 영국 경찰은 어산지가 여전히 보석 중 도주 혐의로 처벌 대상이며 어산지가 에콰도르대사관을 벗어나는 순간 체포해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이날 결정에도 불구하고 어산지의 법적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최대 난적은 미국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부터 어산지의 기소를 검토 중이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위키리크스를 “적대적인 정보기관”으로 규정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산지를 처벌하려는 미국 법무부의 모든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어산지와 공모해 위키리크스에 군사 기밀 문서를 공개한 첼시 매닝은 징역 35년형을 선고 받았으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징역형을 7년형으로 감형해 지난 17일 석방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