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창설 멤버로 영화제를 세계적 행사로 도약시키는데 일조한 김지석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가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출장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세.
부산영화제 사무국은 김 부집행위원장이 18일 저녁(현지시간) 칸 현지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고 19일 밝혔다. 김 부집행위원장은 16일 칸에 도착한 이후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으나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국은 유족들과 논의해 장례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부산에서 영화 평론 활동을 하던 김 부집행위원장은 1990년대 초반 경성대 영화학과 교수로 부산에 머물던 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동료 영화평론가 전양준 전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등과 의기투합해 부산영화제 창설을 기획했다. 동료들과 함께 문화부 차관과 영화진흥공사 사장 등을 역임한 문화 행정가인 김동호 현 부산영화제 이사장을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지방자치 시대를 맞은 부산시의 재정 지원을 이끌어내며 1996년 국내 첫 영화제인 부산영화제를 출범시켰다.
이후 고인은 20년 넘게 아시아 영화 담당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부산영화제가 국내를 대표하는 문화 행사이자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잡는데 공헌했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도 영화 변방으로 여겨지던 지역의 작품들을 발굴해 부산에 소개하고 세계로 진출시키는데도 앞장 섰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에 대한 부산시의 상영 중단 외압으로 비롯된 부산영화제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까지도 혼신을 쏟아왔다.
영화인들과 영화팬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애통해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송희일 감독은 “가방 가득 스크리너(미개봉 영화 DVD)를 담고 전세계 영화제들을 돌며 부산영화제의 영화적 내부를 명실상부 지금의 위치로 성장시킨 분”이라며 “너무 슬프다”는 글을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김조광수 감독도 “김지석 선생님이 돌아가시다니 믿기질 않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를 표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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