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과 왼발의 ‘황금 분할’로 만들어낸 대기록이었다.
손흥민(25ㆍ토트넘)이 19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 원정에서 시즌 20, 21호 골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1-0으로 앞서던 전반 36분 델레 알리(20)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그물을 갈랐다. 지난 달 15일 본머스전 이후 한 달여 만에 골 맛을 본 그는 손가락으로 ‘20’을 만드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고 중계 카메라에 입을 맞추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3-1로 앞선 후반 26분에도 골문 구석을 찌르는 송곳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한 골 더 추가했다. 손흥민은 이날 전반 25분 해리 케인(24)의 선제골도 도우며 2골 1도움을 올렸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케인의 네 골을 묶어 6-1 대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가 유럽 리그에서 한 시즌 20골 이상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1985~86시즌 차범근(64)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작성한 19골 기록을 31년 만에 깼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두 시즌 만에 29골을 올려 박지성(35ㆍ은퇴)이 갖고 있던 한국인 통산 최다 골(27골) 기록도 넘어섰다.
손흥민은 오른발로 13골, 왼발로 8골을 넣었다. 헤딩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톱클래스 선수 중 이처럼 양 발로 고루 득점하는 선수는 흔치 않다. 골 순도도 높다. 손흥민이 득점한 경기에서 토트넘은 13승1무로 한 번도 안 졌다. 득점 시간대를 보면 전반 31~45분(5골), 후반 시작~15분과 후반 31~45분(이상 4골)의 순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3골이나 기록하는 등 결정적인 득점이 많았다.
올 시즌 초반 손흥민 입지는 불안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을 마치고 소속 팀에 복귀했지만 주로 벤치를 지켰고 계속 이적설이 불거졌다. 실제 독일 분데스리가 유턴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팀에 남았다. 가을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작년 9월에만 4골 1도움을 올려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고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다. 작년 12월부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5) 토트넘 감독이 스리백을 쓰면서 손흥민은 다시 설 자리를 잃을 뻔했지만 꾸준히 감각을 유지하며 빛나는 역사를 썼다. 지난 4월 한 달만 5골 1도움으로 두 번째 ‘이달의 선수’에 올랐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14골, FA컵 6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정규리그 15호 골과 득점 톱10 진입을 겨냥한다. 토트넘은 21일 헐 시티와 프리미어리그 최종전만 남겨 놓고 있다.
손흥민은 현재 득점 순위 공동 12위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 골만 더 넣으면 톱10 진입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는 소속 팀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 반열에 오른다는 의미다. 올 시즌 두 자릿수 득점자는 현재 딱 20명뿐이다. 손흥민이 톱10 안에 들면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다.
토트넘은 25승8무4패(승점 83)로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리그 2위가 확정됐기 때문에 마지막 경기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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