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제공하겠다며 편들기
“美 정신분열증 시대 통과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푸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누출한 기밀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외교관 사이의 대화록을 갖고 있으며, 미 정부가 원한다면 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노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 등을 접견했는데 미 언론들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관련된 동맹국의 중요한 정보를 누설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공조해야 IS를 격퇴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푸틴 대통령은 이날 농담조로 “라브노프 장관이 어떤 종류의 비밀정보도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았으니 책임을 물어야겠다”며 미국으로부터 비밀정보를 습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정치적 정신분열증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미국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밀 누출 의혹과 관련해 앞서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으로서는 테러리즘 대처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할 절대적인 권한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실제 대화록이 공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스크바 정치학 센터 알렉세이 마카르킨 부센터장은 “기밀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 트럼프나 미국 쪽에서 동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푸틴이 대화록을 공개하겠다고 한 발언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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