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발자 연례회의서 ‘구글렌즈’ 공개
비밀번호 읽어 이용자 의도 파악
추론-학습 동시 ‘머신러닝’도 소개
연내 한국말 배워 휴대폰 탑재
구글의 인공지능(AI)이 더 강력해졌다. 듣고 말하기에 더해 ‘보는 능력’까지 추가됐다. 올해 안에 한국어까지 배워 국내 가전제품과 휴대폰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쇼라인앰피씨어터에서 열린 구글 연례개발자회의(I/O)에서 “AI가 말을 걸어오는 상대에게 답을 주는 것뿐 아니라 이제 앞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이 준비한 새 AI 기능 ‘구글렌즈’ 이야기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하는 구글렌즈는 구글의 대화형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돕는 소프트웨어(앱)로, 영상을 인식한다. 음성 기반의 AI에 시각 능력까지 더해진 셈이다. 길가에서 발견한 꽃을 구글렌즈에 비추면 꽃잎의 모양, 색, 벌어진 각도 등으로 꽃 이름을 알아내 알려주고, 눈 앞의 음식점을 촬영하면 가게 이름뿐 아니라 메뉴, 평점 등 추가 정보도 볼 수 있다.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은 기존 구글의 카메라 번역 앱 ‘워드렌즈’에서도 가능했다. 구글렌즈는 글자에 담긴 의미와 이를 촬영하는 이용자의 의도까지 파악하도록 진화했다. 공유기에 적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구글렌즈에게 보여주면 ‘이용자가 와이파이 접속을 원한다’는 의사를 파악하고, 스스로 스마트폰 설정 기능을 작동시켜 비밀번호를 넣고 접속하는 식이다.
구글렌즈를 비롯해 이날 구글 I/O를 관통하는 주제는 기계학습(머신러닝)이었다. 지난해 선보인 1세대 TPU(머신러닝을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칩)에 이어 이날 추론과 훈련에 최적화된 차세대 머신러닝 구동 프로세서 ‘클라우드 TPU’가 공개됐다. 1세대 TPU는 미리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추론하는 데 그쳤다면 클라우드 TPU는 추론하면서 동시에 학습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글은 AI 개발자, 연구자, 기업 등을 아우르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글닷에이아이’(Google.ai)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피차이 CEO는 “우리 기술을 구글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개발자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장 경쟁사인 애플 운영체제(iOS) 기반 기기에서도 구글 어시스턴트 앱을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I/O 현장에서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스피커 ‘구글 홈’을 연결한 초프리미엄 LG 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를 시연하기도 했다. “Talk to LG to start Air Purifier(공기청정기를 켜줘)”라고 말하자 저절로 작동했다. 영어 기반 서비스이지만 곧 한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올해 안에 한국어 공부를 끝내기 때문이다. LG전자 스마트폰 G6에서도 한국어로 구글 어시스턴트와 대화할 수 있게 된다. 피차이 CEO는 “아직 갈길이 멀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 기술에 접근해 혜택 받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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