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참석자들 감격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기념식은 애국가 제창을 포함한 국민의례, 헌화·분향, 경과보고, 기념사, 기념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엄숙하고 경건하게 진행됐다.
‘5ㆍ18정신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각당 대선 후보, 여·야 지도부 등 유력 정치인, 5·18유공자ㆍ유가족, 5월 단체 회원, 시민 등 역대 최대 규모인 1만여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공식 식순에 포함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가 되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함께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이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까지 공식 기념식에서 참석자 전원이 함께 부르는 제창 방식으로 불렸다.
2004년 제24주년 5·18기념식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악보를 보지 않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창해 화제가 됐다.
2008년 기념식에서는 행사 마지막에 모든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도 따라 불렀다. 언론이 이런 모습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보수단체의 반발을 샀고 이명박 정부는 결국 이듬해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본행사에서 제외하고 식전행사 중 하나로 합창단이 부르게 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본 행사에 포함되긴 했지만 제창이 아닌,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방아타령’을 등장시켜 공분을 샀다.
기념식을 주관한 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로 지난 2013년과 2014년 2년 동안 5·18유족이 불참하는 ‘반쪽 행사’가 치러졌고 이듬해 기념식에서는 국가보훈처와 유가족이 국립5·18민주묘지와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치르며 35년 만에 둘로 쪼개지기도 했다.
이날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목청껏 따라 부르던 일부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광주시민 정영훈(55)씨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며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은 것처럼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종구ㆍ안경호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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