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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성폭행 예고… 도 넘은 10대의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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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성폭행 예고… 도 넘은 10대의 ‘장난’

입력
2017.05.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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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서 몇십년 썩어도 좋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 게시

범인 적발전까지 강남일대 혼란

신입생 살해∙서울도심 테러…

위험수위 넘나드는 게시물들

“선처만으론 안돼” 점점 힘 실려

지난 13일 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게시물 하나에 서울 동작구와 강남 일대가 발칵 뒤집어졌다. ‘O살해범’이라는 아이디로 이 지역에 있는 특정 초등학교 여학생을 끌고 가 성폭행하겠다는 내용의 예고 글 탓이다. 여기엔 ‘중학생 때부터 초등학생과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이 삶의 목표이자 꿈이었으며, 죽어도 좋고 감옥에서 몇 십 년씩 썩어도 좋다’는 내용의 ‘실행 의지’도 강조돼 있었다.

글이 퍼지면서 동작구는 물론 인근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해당 초등학교와 관할 경찰서도 잔뜩 긴장하긴 마찬가지. 학교 측은 15일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생활안전지도에 유의할 것을 요청했고, 경찰 역시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인근의 강남·서초·수서경찰서도 주변 순찰 강화에 나서는 등 강남 지역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다름아닌 10대 청소년이었다. 현재 어학연수 차 홍콩에 머물고 있는 김모(18)군이 문제의 글을 올린 네티즌. 경찰은 17일 “조만간 귀국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군의 경우처럼 최근 10대들의 장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는 각종 테러나 살인, 성폭행과 같은 강력범죄를 예고하는 10대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성숙한 연령대의 치기 어린 철부지 장난으로 넘기기엔 이로 인한 파장과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10대들의 이런 행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듯한 사진을 올리며 ‘1학년 신입생들을 모두 때려버린 뒤 죽어버리겠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불과 며칠 전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문재인 처단한다’는 제목으로 서울 도심 테러를 예고하는 글을 올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소년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고등학생 딸을 뒀다는 김선경(53)씨는 “이런 글 말고도 10대들의 그릇된 성(性)의식과, 이를 여과 없이 적어 올린 글이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부모나 성인으로 신분을 속여 각종 사이트에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여건 속에서 위험 수위의 게시물을 올리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글도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들의 장난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청소년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을 했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 ‘장난이었다’ 혹은 ‘호기심 때문에 한 일’이라는 이유로 선처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10대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것보다는, 욕구와 욕망을 표현하는 게 훨씬 익숙한 세대”라며 “자신의 행동이 타인 또는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깨닫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어른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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