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도약기회 잡아라] <중> 스마트 개미의 성공스토리 중>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2월 삼성전자를 매수했다. 낮은 은행 이자에 만족할 수 없었던 김씨는 안정적인 삼성전자 주식을 사 두면 손해는 안 볼 것 같다는 생각으로 주당 187만1,000원에 20주를 샀다. 17일 삼성전자 주가가 231만7,000원이 되면서 김씨는 석달만에 892만원의 평가익을 거머쥐었다.
한국 증시가 사실상 외국인들만의 잔치가 된 상황에도 수익을 낸 ‘스마트 개미’들이 적잖다. 이들은 일찌감치 대형 우량주를 알아보고 투자에 나서 과실을 즐기고 있다. 전문가들도 개인들이 상승장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스마트 개미처럼 대형 우량주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마트 개미가 한국 증시의 개인 투자 문화를 바꿀 지 주목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슈퍼 개미들도 움직이고 있다.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의 1억원 이상 대량 주문은 하루평균 1만572건으로, 지난달보다 37.9%나 늘어났다. 그러나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3.2%에 그쳤다.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수익률이 25%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개인들의 투자 수익률이 외국인에 못 미치는 상황이 상승장에서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은행주를 매수한 이모씨는 종목을 선택하기 전 나름대로 기업 분석을 거쳤다. 이씨는 “주가순자산비율(PBRㆍ낮을수록 자산가치 저평가)이 금융업종 중 낮은 편이어서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봤고 배당도 예정돼 있어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보유한 주식은 이미 25%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에 대한 이해 없이 풍문으로 투자하는 개인들이 많다. 초보 투자자 장모씨는 지난달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종목을 300만원어치 샀다가 주가가 30%가량 폭락해 100만원을 잃었다. 장씨는 “문 대통령의 당선을 예상해 매수했는데 주가가 너무 요동쳤다”며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떨어지길래 결국 대선 직전 손절매했다”고 털어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9대 대선 기간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들은 평균 62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장기 투자를 위해선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세우고 이에 대한 확신을 갖는 자세도 중요하다. 코스피가 전고점을 뚫고 오름세를 보이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최근 7거래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차익 실현을 위해 펀드를 환매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펀드든 주식이든 지금 팔면 나중에 지수가 더 올랐을 때 다시 매수해야 할 텐데, 이 경우 바닥에서 팔고 상투에서 사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계 자산배분 차원에서 금융 자산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가계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어 금융자산은 3분의1에 불과하다. 더구나 금융자산 중 금융투자상품은 24% 수준이다. 이는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미국 등과 대조된다. 협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 따라 주식 시장을 자산 증식의 대안으로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예ㆍ적금보다 배당기업에 투자해 배당을 받는 게 수익률 면에서 더 낫다”고 귀띔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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