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3개월 전 의왕시와 협의”
市 “경미한 줄 알고 구두상담만”
폐기물 무단투기… 경찰 수사착수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멋대로 훼손, 주차장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치소는 파헤쳐 나온 폐기물을 무단 투기까지 했다. 국가기관이 불법을 스스럼 없이 저지른 데 대해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17일 서울구치소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구치소는 지난해 11월20일부터 한 달여간 2,000여만 원을 들여 정문 옆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산림 등을 절ㆍ성토, 1,200여㎡ 규모(48면)의 제2주차장을 만들었다. 내리막 경사가 진 땅을 사각형 모양으로 파 바닥을 다진 뒤 펜스를 둘레에 쳤고, 그곳에서 파낸 흙과 돌, 나무 등은 관사 뒤편 야산에 쏟아 버렸다.
기존 주차장(92면)이 좁아 평일 하루 평균 1000명에 달하는 민원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는 50여일 전 최순실(61)씨가 구속돼 수감되는 등 ‘국정농단 사건’의 파문이 확산할 때다.
하지만 구치소는 이 과정에서 법률이 정한 사전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12조)’은 그린벨트 내에서 형질변경 등의 행위를 할 때는 시장ㆍ군수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규정을 어기면 상습ㆍ고의성 여부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구치소 측은 시공 3개월여 전 의왕시청과 사전 협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전임 소장 때 내부 간부회의에서 공사가 결정된 뒤 담당 공무원과 조율, ‘기관 자체적으로 판단해 추진할 사항’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과 오고 간 문서는 없었다.
박영란 서울구치소 총무과장은 “주차난 해결을 위해 공익적 차원에서 추진한 일”이라며 “절차상 하자를 뒤늦게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폐기물도 고의적으로 버린 게 아니라, 구치소 관사 뒤편 골이 깊이 패였던 산지를 메워 토사유실 등 위험요소를 없앤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의왕시 측은 경미한 사항인 것으로 알고 구두 상담을 해 준 것이라며, 절토 등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했다. 시는 처리방안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역시 시 공무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현황을 파악하는 등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경위를 파악,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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