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자 금괴 중간에 빼돌려
야쿠자에게 판 일당 적발
경찰 “인천공항 경유 밀수 증가”
무역업자가 시세 차익을 노리고 홍콩에서 사들여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밀수하려던 금괴를 중간에 빼돌려 일본 야쿠자에게 싸게 넘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최근 금괴가 인천공항을 경유해 일본으로 밀반입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금괴가 국내로 밀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수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 혐의로 A(30)씨 등 9명을 구속하고, B(21ㆍ여)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3월 2일 오전 9시 40분쯤 인천공항 탑승 구역에서 한국인 무역업자 C(30)씨로부터 홍콩에서 사들인 1㎏짜리 금괴 29개(시가 13억원 상당)를 건네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금괴를 일본 후쿠오카공항까지 운반해줄 사람들을 모집해달라”는 제안을 C씨에게 받고 B씨 등 15명과 금괴를 가로채기로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모집한 C(21ㆍ여)씨 등 운반책 5명은 인천공항 후쿠오카행 항공기 탑승구 앞에서 C씨에게 금괴를 건네 받은 뒤 몰래 공범에게 넘기고 후쿠오카로 출국해 C씨를 속였다. 실제 금괴는 1인당 200만원씩을 주기로 하고 모집한 다른 운반책 5명을 통해 일본 오사카로 빼돌려졌다. A씨의 지인인 D(47ㆍ구속)씨는 빼돌린 금괴를 일본 야쿠자 조직원에게 시세보다 싼 10억원에 팔았다. A씨 등은 이 돈을 많게는 2억원씩 나눠 가진 뒤 외제차 구입, 도박ㆍ유흥비로 썼다. 또 경찰에 체포된 공범들의 변호사 선임비용으로도 사용했다.
무역업자들은 홍콩에서 사들인 금괴를 일본에 가져가 팔면 1㎏ 금괴 1개당 400만~500만원의 시세 차익을 남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역업자들이 홍콩에서 금괴를 대량으로 구매한 뒤 일본으로 몰래 가져 들어가기 위해 한국인 운반책을 돈을 주고 쓴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해 10월 무역업자가 인천공항을 거쳐 일본으로 밀반입하려던 금괴 6㎏을 가로채 국내로 들여온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 등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역업자들은 입국할 때는 보안검색을 하지 않아 세관에만 적발되지 않으면 관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금괴가 국내로 밀수될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관계기관에서 금괴 밀수를 차단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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